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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은 복수심과 연민사이에 겪는 인간적 고뇌를 폭발적인 라이브로 표현한다. 특히 햄릿의 사후 목소리를 통해 풀어낸다는 점에선 기존의 뮤지컬과 다른 변주다.
이모셔널씨어터가 선보인 보이스 오브 햄릿은 어느 곳이든 배우와 눈 맞춤이 가능한 360도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객석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던 작은 무대. 그곳에서 배우 한 명은 공연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시도다.
무대 곳곳에 ‘햄릿’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보는 이의 시선을 한데 집중시킨다.
“오늘 밤 여러분은 오직 제 목소리만으로 제가 겪었던 모든 비극을 듣게 되실 겁니다.” 그는 본격적인 록 콘서트의 서막을 알린다. 이미 세상을 떠나 죽은 햄릿. 그는 이야기를 전하고 극을 이끄는 유일한 존재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주인공 햄릿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지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원작의 핵심을 그대로 가져와 햄릿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부각한 작품이다. 목소리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목소리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과 연결하고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창구 기능을 한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한 덴마크 왕자 ‘햄릿’은 왕위를 물려받은 삼촌 ‘클로디우스’와 어머니인 여왕 ‘거트루드’의 재혼을 마주한다. 이후 햄릿은 망령이 된 아버지로부터 삼촌이 아버지 죽음에 얽혀있단 사실을 듣는다. 삶과 죽음,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끝없는 고뇌는 곧 처참한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버지를 죽인 삼촌과 어머니의 결혼 △햄릿의 미친 척 연기 △자기 살인 계획을 알아차린 삼촌이 햄릿을 죽이려 하는 부분이 희곡과 공유된다.
이러한 고전을 뮤지컬화하면서는 록 콘서트 형식으로 재해석하고 각색을 덧댔다.
햄릿은 죽어서도 악몽을 꾸고 어느 날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비명이 들려 고통스러워한다. 이 햄릿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콘서트형 뮤지컬로 기본 틀을 과감히 벗어던진 것이다.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록 음악과 폭발적 퍼포먼스는 수많은 감정과 고뇌가 휘몰아치는 비극의 주인공 햄릿의 복잡한 심리를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풍성한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져 햄릿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시각적인 요소의 세밀한 연출도 서사와 심리묘사에 깊이를 더했다.
LED 패널을 독특한 형태로 배치해 그래픽 변화를 꾀하고 급격한 조명의 명암 조절을 활용해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는 햄릿의 심리를 그렸다. 극단적인 명암 대비와 색상 전환을 통해서는 햄릿의 기억과 의식을 형상화했다. AI 기술이 세계 최초로 뮤지컬 창작 과정에 응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햄릿은 유일무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자신이 미쳤다고 떠들썩하게 외친다. 나아가 ‘햄릿이’하면 ‘미쳤다’고 외쳐달라며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미친 척을 해 보라는 주문엔 즉석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다소 파격적인 이 대화는 관객참여형 ‘이머시브’ 연극의 한 형태다. 햄릿은 공연에 에너지를 쏟다가도 잠깐의 틈이 주어질 때마다 빈틈을 찾아 관객의 틈새를 파고드는 동해 번쩍 서에 번쩍 활약을 펼친다. 햄릿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장내는 폭소가 번졌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관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해서 표현했다. 1인극과 콘서트, 생동감 있는 콘셉트를 강조하면서 관객이 관람하는 객체가 아닌 무대 구성원으로 함께 호흡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권력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배신하는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 이 두 악인의 하수를 자청하다 햄릿에게 뜻하지 않은 죽임을 당하는 ‘폴로니우스’ 햄릿에게 유일한 안식처였지만 햄릿과의 이별·아버지의 죽음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오필리어’ 가족의 죽음에 복수를 결심하는 ‘레어티즈’ 이들은 햄릿의 목소리를 통해 등장한다.
비극으로 얽힌 햄릿의 주변 인물 관계는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낸다.
햄릿은 독백극을 펼친다. 그러나 그에게는 6명의 다른 인격체가 있다. 소품을 비롯한 다채로운 배경의 활용과 눈빛·대사톤 등 시선 처리를 다르게 함으로써 각 인격의 차이를 표현한다. 분명 햄릿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의 내면은 고차원적 다중인격 연기를 오간다.
이 때문에 옥주현·신성록·민우혁·김려원으로 구성된 4인 캐스팅이 단연 눈길을 끈다.
‘젠더 프리’로 성별 제한을 넘었다. 그리고 관객의 초점을 무대에 선 배우에 온전히 맞추고 햄릿이 겪은 인간의 고뇌·광기·고독을 넘어 삶을 이야기하려는 주제에 충실했다. 햄릿이 마주한 비극적 사건과 그로 인한 복합적 감정,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보이스 오브 햄릿은 6월28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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