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서울 아파트값 고공행진… 불안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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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대출 막차에 반등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15 10:56:01

서울 아파트값이 40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둘째 주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은 마포, 용산, 성동 등 ‘마용성’을 거쳐 강북과 경기권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반등은 시장 회복처럼 보이지만 경기 침체와 실물경제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규제 완화 기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전 ‘대출 막차’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번 상승이 실수요보다는 정책의 공백과 시장의 불안을 이용한 단기 수요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눈에 띄는 점은 상승세의 확산이다. 송파구(0.71%), 강남구(0.51%)는 물론이고 성동구(0.47%), 마포구(0.45%), 용산구(0.43%)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2020~2021년 ‘집값 폭등’ 시기를 넘어선 고점 돌파가 이어지고 있다. 한강 벨트라 불리는 광진, 강동, 영등포 등으로 수요가 분산되며 과열 양상은 서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경기도에선 과천과 분당 등이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승이 실질적인 경기 회복이나 인구 유입에 기반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저금리 기대심리와 매수 타이밍을 재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과 부동산 시장 점검 TF 가동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집값 상승이 수요자들에게 ‘지금 안 사면 더 오른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748조812억 원으로 전월보다 4조9964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9월(5조6029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4조2316억 원을 차지하며 전체 대출 증가의 약 85%에 달했다. 대출 규제 시행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와 금리 인하 기대로 자금 유입이 주택시장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물경제와 괴리된 부동산 시장의 ‘이상 급등’은 과거 여러 차례 부작용을 낳았다. 유동성에만 의존한 상승은 금리 반전이나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상승 흐름에 휘둘리기보다 중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균형과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은 회복이라기보다 또 다른 위기의 서막일 수 있다. 시장이 과열을 자초하는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점검과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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