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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뮤지컬 ‘팬텀’의 그랜드 피날레 무대가 8월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비록 가면 뒤에 가려졌지만 고독과 슬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팬텀(박효신·카이·전동석)’과 특별한 목소리로 그의 마음을 훔친 ‘크리스틴 다에(이지혜·송은혜·장혜린)’가 그리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대하게 한다.
팬텀은 미국에서 1991년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6년(재연)·2018년(삼연)·2021년(사연)을 거쳐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이자 10주년 기념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그랜드 피날레 무대에 올랐다.
2015년 제11회 골든티켓어워즈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성·흥행력·작품성을 갖춘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떠올랐다. 2015년과 2016년에 뮤지컬 부문 티켓 판매 순위에서 연이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다. 같은 원작을 공유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작품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다.
팬텀은 이 고전 클래식에 오페레타식 성악과 발레를 결합해 뮤지컬·발레·오페라를 아우른 종합예술이라는 진일보한 연출로 작품을 새롭게 해석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선전했으며 팬텀은 미국 전역을 비롯한 전 세계 극장에서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팬텀엔 가면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 지하에 사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팬텀이 등장한다. 팬텀에는 ‘에릭’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며 오페라의 유령과 차별점을 뒀다.
토니 어워즈 수상 작가 아서 코핏은 작품을 만들기 앞서 이렇게 물었다. “팬텀은 왜 지하 세계에 머무르게 되었을까”라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팬텀이 글자 그대로 유령이나 괴물을 상징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품은 이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팬텀으로 살아가는 가면 속 에릭은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다. 작품은 이 에릭, 팬텀을 두려운 괴물이 아닌 사랑·외로움·분노·슬픔 등 복잡다단한 감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더욱 심층적으로 에릭의 상처와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흉측한 얼굴을 가진 팬텀. 그는 예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음에도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오페라극장에선 ‘허락되지 않는 존재’다. 팬텀이라는 괴상한 존재는 사람들에겐 수군거림의 대상이었다. 이에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고 오랜 시간 암흑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예술은 삶을 지탱하는 근원이자 유일한 안식처다. 그런데 뇌물을 앞세워 오페라극장의 극장장이 된 ‘무슈 숄레’와 형편없는 노래 실력으로 극장의 디바 자리를 차지한 아내 ‘마담 카를로타’로 인해 희망이 사라졌다. 이 일당은 ‘제라드 카리에르’ 극장 감독을 하루아침에 내쫓았다.
한 줄기 빛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음악의 천사 크리스틴이 극장으로 찾아왔다. 하늘이 내린 목소리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 크리스틴을 극장의 새로운 디바로 만들기 위해 매일 밤 레슨이 이어졌다.
크리스틴은 팬텀의 지도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지만 카를로타의 훼방으로 첫 데뷔 무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분노한 에릭은 복수를 감행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에릭의 지하 은신처로 피신한 크리스틴은 그의 과거를 비롯한 가족 관계와 가면 뒤 진짜 모습까지 드러나는 모든 진실을 마주한다.
팬텀은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악의 본성을 가진 건 아니다.
슬프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 그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엄마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이를 닮은 크리스틴의 목소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상기시킨다.
근본적으로 팬텀은 에릭과 크리스틴의 사랑 이야기에 바탕을 둔다.
아름다운 내면과 천재적 음악 재능을 지닌 에릭과 빼어난 외모에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두 사람은 목소리라는 공통 분모로 서로 접점을 찾는다. 천재 예술가로서 천상의 목소리를 즉시 알아보고 그녀에게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비운의 외모로 인해 생활방식과 외모, 심지어 생각조차도 상반된 이들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절대 깨져서는 안 될 한 가지 선행 조건이 있었다. 바로 ‘가면을 벗지 않는 것’이다. 끝까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작품은 팬텀과 크리스틴의 사랑 외에도 팬텀 부모의 존재를 꺼내 예술에 대한 사랑·가족과 연인 간의 사랑·외적인 모습이 아닌 영혼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에릭의 부모는 자신으로 인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에릭의 무너진 얼굴에 대해 오직 아름다움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했으며 그의 곁을 지키며 응원했다. 에릭의 과거 회상 장면은 발레 파드되(2인무)로 구체화했다.
작품은 팬텀을 둘러싼 세상을 한없이 잔인한 것으로 묘사했다. 삶이 준 것이라고는 추한 겉모습과 여기서 파생되는 고통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세상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을 무대로 올렸다. 피할 수 없는 결핍의 고리에서도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팬텀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과 영혼을 외면한 판단과 시선에 정면돌파한 것이다.
팬텀은 작품의 주 무대인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재현한 3층 구조의 대형 무대를 적극 활용하며 작중 정말 유령인 것처럼 가면을 교체한 뒤 신출귀몰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연출 시 무대 밖 어디에서도 팬텀이 잘 보일 수 있게 한 고민의 흔적이다. 이 부분은 유령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이뿐만 아니라 빛나는 샹들리에를 무대 상단 중심부에 설치해 총 17층, 2천200석 규모의 웅장한 파리 오페라극장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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