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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여름에 화이트와인을 많이 마신다. 더운 여름에 바디감이 진한 레드와인을 마시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화이트와인만 마실 수는 없다. 더운 여름을 보내는 유럽인들은 여름철에 어떤 레드와인을 마실까.
정답은 더운 여름을 보내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서 찾아볼까 한다. 시칠리아는 총면적(2만5711km²)이 제주도의 14배나 되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포도밭의 면적도 9만8000ha로 제주도 면적의 절반이 넘는다.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남쪽 발가락 위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화산섬이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다양한 토착 품종과 국제 포도 품종의 본고장이다. 주목할 만한 토착 품종으로는 네로 다볼라(Nero d'Avola), 프라파토(Frappato), 그릴로(Grillo), 카타라토(Catarratto), 지비보(Zibibbo) 등이 있다. 그 외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국제 품종인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도 재배하고 있다.
화산 토양, 해안 포도밭, 산악 지역에 분포한 포도밭은 시칠리아 특유의 테루아(포도 재배에 영향을 주는 지리·기후·재배법 등)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활화산인 에트나산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포도원의 본거지이며 독특한 화산 광물질이 함유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시칠리아는 드라이하고 아로마틱한 화이트와인부터 강렬한 레드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다크 베리 맛으로 유명한 네로 다볼라 와인과 화산의 영향이 특징인 에트나 로소가 있다. 주정 강화 와인인 마르살라는 시칠리아의 또 다른 특산품 와인이다.
시칠리아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1100년∼1000년 페니키아인들이 서부 시칠리아 마르살라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원전 800년∼700년에는 그리스인들이 포도 재배와 양조 기술을 시칠리아 동부에 전파했다.
와인 생산에 적합한 따뜻하고 건조한 지중해 기후와 화산재로 만들어진 토양은 화학물질 없는 유기농 와인을 만들기에도 좋은 조건이다. 더운 시칠리아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는 포도 품종이자 가장 많이 생산되는 레드 품종이 네로 다볼라다.
네로 다볼라는 ‘아볼라의 검은 포도’라는 의미로, ‘아볼라(Avola)’는 시칠리아의 조그마한 항구 도시인데 최초로 네로 다볼라를 재배하던 곳이다.
네로 다볼라는 시칠리아 최고의 토착 품종 중의 하나이지만 섬 전체에 분포하고 있지는 않다. 짙은 루비색의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이 품종은 자두·체리 같은 과일향이 넘치면서 질감이 부드럽고 여운이 길다.
단일 품종 와인으로 출시하거나 국제 품종과 블렌딩하기도 한다.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면 블랙 베리와 블랙 체리 같은 과일 풍미가 강조된다. 비교적 타닌이 적고 부드러워 여성들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품질 좋은 네로 다볼라 와인은 풍부한 과실 향을 비롯해 블랙 후추 향, 감초 향, 계피 향까지 느낄 수 있다. 산 과실처럼 아로마가 풍부하고, 진한 루비색을 띤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풍미를 선사하는 드라이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가볍게 마실 수 있다.
토마토 소스로 만든 피자, 파스타 등의 요리와 무척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그 외에 스테이크와도 물론 잘 어울린다. 가볍게 마시려면 이탈리안 치즈인 그라나파다노를 곁들여도 좋다.
산도와 바디감이 적절하고, 감미로운 타닌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쉬라즈와 비교되는 부드러운 느낌의 와인으로 여름에 마시기 좋은 가성비 높은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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