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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가 불허한 성소수자 행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는 28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여러 나라 참가자들의 합류 결과로 보인다. “주최 측 추산 18만∼20만 명 참가” “축제 분위기” 소식을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성소수자를 상징한 무지개 깃발, ‘자유와 사랑은 금지될 수 없다’고 적힌 포스터가 넘실댔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매년 열려 온 행사지만 금년 3월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피데스당 주도 아동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 불법 행사가 됐다.
이에 따라 이날 행사 주최자들은 최고 1년 징역, 참가자들은 최대 500유로(약 80만 원) 벌금을 물어야 한다. 안면인식을 위해 행진 경로 곳곳에 경찰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에 야당 소속인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나서서 시 공식 행사이므로 허가 필요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유럽연합(EU)도 가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권리를 위한 행진은 유럽 내 기본적인 자유”라며 헝가리 당국에 행사 합법화를 촉구했다.
일부 EU 회원국 장관들과 유럽의회 의원들이 행진 참석을 예고한 가운데 오르반 총리가 전날 “경찰에 의한 강제 해산은 없겠지만 참가자들 법적 조치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정치적올바름(PC)주의가 일반적인 EU 주류와 이와 상반된 보수주의의 대결 양상이다. 동성애의 논리적 기반인 젠더이데올로�藪�선 인류의 성별이 무수히 다양할 수 있으며 남성·여성 중 하나에 속하도록 하는 것을 ‘폭력’으로 보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세계적 흐름을 저지하려 한다. 1월20일 취임 첫날 미국엔 남성·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선언했으며 행정명령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여성스포츠 참여 금지’ ‘화장실·탈의실·샤워실 사용은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하도록’ 정했다.
이번 헝가리 행사 관련해 앞서 캐나다·호주·EU 주요국들 등 30여개국이 성소수자 권리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린 반면, 미국 측은 일체 무반응 상태다. 전 세계 보수주의의 회복을 위해 교감해 온 트럼프와 오르반이 이 문제에 동지적 관계에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작년 3월 오르반의 미국 방문 시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을 외면한 채 도널드 트럼프를 만나러 플로리다로 날아가 화제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헝가리에선 2012년 1월 헌법 개정을 통해 “혼인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명시됐으며 2020년 추가 개헌 시 “아버지=남성, 어머니=여성” 표현까지 들어갔다. 금년 3월엔 다시 헌법 일부 개정으로 “미성년자에게 성소수자 홍보 내지 표현”이 될 행사 개최 및 참여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미국 등 서구에선 성별을 가늠할 단어나 대명사를 없애 부모마저 ‘마더(맘)’ ‘파더(대디)’ 대신 패어런트(parent)1·2로 부르려는 시도도 있으나 헝가리는 오르반의 피데스당을 중심으로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며 이런 흐름에 저항해 왔다.
한편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 연방대법원 2015년 6월 판결 이후 10년간 동성결혼이 두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자 워싱턴포스트(WP)는 갤럽·퓨리서치, 성소수자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윌리엄스연구소 보고서 등을 인용해 2014년 39만 쌍이던 동성부부가 현재 82만∼93만 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30여개 주에서 동성혼을 금지하지만 2015년 연방대법원이 주 차원의 금지를 위헌으로 판단한 후 현 상황에 이르렀다.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은 2015년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아이다호·미시간 등 9개 주 하원에서도 이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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