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매입에도 실효성 '글쎄'… 서울‧지방 양극화 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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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도 침체 빠진 지방… 땜질식 처방 한계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29 10:41:34

▲ 서울 송파구 한 상가 부동산에 잠실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이 붙어 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환매조건부 매입 사업을 포함시키며 재정 지원에 나섰다.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일정 조건 아래 매입해 건설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까. 분양가 급등으로 매입비용 증가와 지방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서 이 같은 조치가 약발이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24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28년까지 2조4400억 원을 투입해 지방 미분양 아파트 1만 가구를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공정률 50% 이상, 분양보증 가입 아파트다. 정부는 분양가의 50% 수준으로 사들인 후 준공 1년 내 건설사에 되파는 구조다.

제기되는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다. 예정처는 가구당 평균 매입단가 2억4400만 원이 최근 분양가 상승 흐름에 비해 낮아 실제 매입단가가 이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예산 초과나 목표 가구수 미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유사 정책에서조차 매입단가는 이번 계획보다 높았던 사례가 있어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수요 부재다. 미분양이 발생한 상당수 단지는 입지와 상품성이 취약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단순히 재정으로 매입한다고 해서 시장 수요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까지 겹치면서 단기적 재정 투입이 실질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의 양상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연초 대비 2% 가까이 상승하며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정부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놨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와 매물 부족으로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수도권·지방 간 탈동조 현상은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마저 얼어붙은 반면 서울은 과열된 수요가 규제지역 내에서만 순환하며 불안정을 키우는 형국이다. 일부 전문가는 "지방 주택 수요가 서울로 유입되며 서울 집값을 부추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는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와 직결된다. 중소 건설사들은 지방 프로젝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분양 장기화는 건설사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분양해도 안 팔리고 서울 수도권은 진입 장벽이 높아 사업 자체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단편적 매입보다는 지역 수요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상품 경쟁력이 확보된 지역을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예정처 역시 “계약률이 극히 저조한 완전 미분양 사업장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매입가 산정 시 리스크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미분양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이지만 시장과 수요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지방 시장 안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근본 회복을 위한 정교하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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