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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느 선거와 다름없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A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 ‘B 후보가 상승세다’ ‘중도층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다’ 등 언론과 방송은 여론조사 수치를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연 여론조사라는 이 숫자놀음에 우리는 얼마나 신뢰를 부여할 수 있을까.
선거 전에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특정 시점에서 국민이 어떤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지 민심 파악이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또 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그 결과를 통해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대수(大數)의 법칙’이다. 즉 표본이 충분히 크고 대표성을 갖춘다면 전체 민심을 일정 정도 반영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선거 결과에서 이 ‘대수의 법칙’이 번번이 어긋나는 현상을 우리는 목도해 왔다. 특히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의 괴리는 통계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많은 지역구에서 특정 정당이 사전투표에서 승리했지만 당일투표에서는 패배하는 현상이 속출했다. 표본 왜곡이나 고의적 조작이 아니었다면 통계적으로 결코 해명할 수 없는 오차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기관들은 해당 현상에 대해 “무응답층의 막판 선택” “조기 투표층과 당일 투표층의 정치성향 차이” 등의 애매한 해명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이는 과학이라기보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무엇보다 대수의 법칙은 일정한 확률적 예측을 전제로 하는데,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결과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면 그 자체로 여론조사의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규모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심을 읽겠다는 여론조사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셈이다.
따라서 대수의 법칙이라는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실제 선거 결과와 유사하게 나오는 여론조사들이 오히려 정치적 공작의 결과일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즉, 누군가 선거 결과를 이미 예측하거나 조정 가능한 전제로 삼고, 그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설계·발표함으로써 민심이 거꾸로 조작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두고 무조건 음모론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여론조사의 경향성, 의도적 질문 설계, 응답층의 편향성 조정, 발표 시점 조작 등은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기관은 과거에도 결과 조작 혹은 왜곡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불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조사는 조작이다’ ‘누구를 위한 데이터인가’라는 냉소적 반응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선택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반영될 때 그 정당성을 갖는다. 그런데 그 선택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가 신뢰를 잃는다면, 선거 결과의 정당성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조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구조적 개선이다. 여론조사기관의 등록제 강화, 표본추출 방식의 공개, 가중치 조정 과정에 대한 투명화, 그리고 사전·본투표 분할 분석의 별도 공표 등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여론조사에 대해 사실상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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