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포유류 넘어 사람까지… 정부 ‘팬데믹’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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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간 전파 쉬운 AI 출현 가능성 높아
SK바이오사이언스 세포배양 백신 개발
조류독감 감염돼 사망 포유류 20→55종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4 12:14:18

가금류와 야생조류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AI)가 포유류와 사람에게 전파되며 몇 년 새 전 세계적으로 AI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여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고병원성 AI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조류에서 젖소, 젖소에서 고양이 그리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종간 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보고된 사례들은 팬데믹 경보에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2024년 ㅁ;극 오리건주 노장의 돼지에서, 올해 영국 북동부 요크셔 농장의 양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를 일으키는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미국·캐나다·캄보디아·칠레·중국· 등에서는 인간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으며 북극곰·여우·사슴·고양이 등 다양한 포유류에서 고병원성 H5N1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특히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H5N1에 걸린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다. A씨는 사유지에서 기르던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 노출된 뒤 H5N1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부의 광범위한 조사 결과 다행히 지역 내 다른 추가 발병 사례나 사람 간 전염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2024년 미국에서는 4월 이후 66명의 H5N1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바이러스가 수백 곳의 낙농장으로 확산해 사람에게까지 전염된 경우들이다. A씨 전까지는 모두 가벼운 증상만 보였다.

BC주 캐나다에서도 H5N1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했고 이 환자는 완치 판정받았다. BC주 질병통제센터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4일 발열과 결막염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13세 소녀는 치료 없이 퇴원했으나 기침과 구토·설사에 호흡 곤란으로 입원했다.

이 환자는 BC주 아동병원 소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기관 삽관 등 집중 치료받은 소녀는 11월 29일부터 전염성은 사라졌고 산소호흡기도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소의 결핵균이 수의학 실험실에서 장기간 근무한 사람에게 감염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도 인수공통감염병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 능력을 획득할 경우 코로나19 이후 또 하나의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조류독감의 팬데믹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포배양 기반의 차세대 백신 개발을 본격화했다.

앞서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해당 백신 개발의 우선 파트너로 선정하고 2026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백신 플랫폼 전환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 유정란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팬데믹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번 과제를 통해 조류독감 백신을 단기간에 임상 진입시켜 향후 인간 감염이 본격화되기 전 ‘플랫폼 수준에서의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세포배양 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당시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 및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등과의 협력 경험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해왔다.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과거 약 20종의 포유류가 감염돼 사망했는데 최근에는 55종으로 확대됐다”면서 “바다사자를 포함한 여러 해양 포유류까지 영향을 받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2024년 3월 미국 텍사스 젖소 농장에서 AI가 발생했고 우유에서도 높은 농도로 검출돼 공중보건학적 위협도 있다”면서 “최근 17개주로 감염이 확산됐고 결막염이 주로 나타나는 인체 감염 사례는 70건을 넘었다” 설명했다.

김남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AI가 가금류와 야생조류에서 포유류로 종간 장벽을 넘어서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과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증가한다면 사람 간 전파가 쉬운 AI 출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AI 유전자 재편성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경우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떄문에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AI의 포유류 감염이 늘어나며 팬데믹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난해 9월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고 인체 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와 협력하고 있다.

여상구 질병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지난달 수립된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에 따라 세부 이행 계획을 실천하며 구체적인 AI 대비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언급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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