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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빈집이 느는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마을은 점점 비어 가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여전히 인구 유입에만 머물러 있다. 실질적인 정착 기반 마련 없이 반복되는 단기 정책은 그 효과마저 희미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위기를 막겠다며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귀농·귀촌 장려금, 청년 정착 지원금, 주택 보조금 등 인구 유입을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기 유인책 중심의 정책이 정작 중요한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일부 농촌 지역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구성돼 있어 ‘지속 가능한 지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예산은 투입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람만 불러 놓고 나머지는 그대로”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한 유튜버는 귀촌 생활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지원금이 있어 내려오긴 했지만 병원도 멀고 아이 학교도 없어 결국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질적인 생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이주를 유도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한 지자체는 귀촌 지원금으로 3년간 2000명을 유입시켰지만 절반 이상이 2년 내 원래 거주지로 돌아갔다. 예산은 ‘성과’로 기록됐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 “왜 외지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귀촌인과 원주민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는 ‘텃세’로 이어지고 귀촌인은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다. 외부 유입을 장려하는 정책이 오히려 공동체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외부 인구 유치보다 정착 가능한 생활 기반 마련이 지방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기 유입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기반, 청년이 머물 이유가 되는 일자리, 노년층을 위한 돌봄 환경 등 종합적인 정주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 정책은 더 이상 몇몇 성공 사례로 포장될 수 없다. 핵심은 ‘얼마나 많이 데려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살아갈 수 있느냐’에 있다. 정주 여건 개선 없이 수만 늘리려는 식의 접근은 계속해서 실패를 불러올 뿐이다.
중앙정부는 방향만 제시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책의 성과 역시 단순한 유입 숫자가 아니라 정착률·삶의 질·지역 경제의 자생력 등으로 평가돼야 한다.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국토 균형 발전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기다. 일자리·교육·문화·보건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지역 정주 여건의 복합적 부재가 지금의 현실을 만들고 있다. 눈앞에서 늘어 가는 빈집은 지금의 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숫자가 아닌 삶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지방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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