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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가 출범 2주 만에 이처럼 대규모 추경안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민생·경기 부진으로 인한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2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풀어 비상계엄·미국 관세 등 거듭된 악재에 주저앉은 내수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끝을 모르는 소비 부진에 위기로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지 않다. 다만 돈 풀기 방식의 소비 촉진이 정부가 목표로 한 경기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경안이 돈 풀기 성격이 짙은 사업들로 채워져 민생 회복을 위한 마중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혈세만 축내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의 소비·투자의 재정 승수가 0.8∼0.9 수준이고 이전지출은 0.33에 그친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상품 조달 등에 지출하면 100원으로 80∼90원의 효과를 내지만 현금성 복지는 효과가 33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핵심사업인 민생회복지원금은 국회 통과 시 보름 후쯤 전 국민에 지급하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40만 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30만 원, 나머지 국민 15만 원을 지급하고 추후 소득 상위 10%를 뺀 국민에게 10만 원을 더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다 보니 2차 추경까지 집행되면 올해 총지출 규모는 702조 원으로 늘게 된다. 국세 수입 예상액이 660조 원이므로 세수 차질만 40조 원에 이른다. 채권 발행 등으로 추경을 편성할 경우 우리의 국가부채는 규모와 증가 폭 모두 세계적으로도 빠른 추세를 보이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54.5%로 전망됐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치(54.3%)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된다.
대한민국 재정 운용 사상 가장 높은 위험수위다. 문재인정부 출범 때만 해도 재정지수는 36% 수준이었다. IMF는 2015년 40%를 조금 넘었던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5년에는 10년 만에 20%p 가깝게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살림살이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위급 상황이다. 과도한 나랏빚은 물가 앙등과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추경의 목적은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있다. 20조2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풀어 4분기 연속 0% 근처를 맴도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경기 부양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황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최근 경기 부진의 이면에는 혁신산업 부재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부족,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활력 저하 등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부채는 온전히 청년들과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마련하길 바란다. 예컨대 국가채무를 GDP 대비 5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어 재정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의무다. 물론 국민 인기를 겨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자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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