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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전쟁 과정에서 인권 존중을 명시한 유럽연합(EU)과의 양자 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낸 EU가 조치 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회원국 중 스페인이 협정 위반을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협정 중지를 요구했지만 독일·이탈리아 등은 이에 반대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개별 독립국가 공존 구상)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개인에 대해 무기 금수 조치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암시한 말이다. 반면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드 스웨덴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지원의 진입을 허용하도록 추가 압력을 가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일 EU는 이스라엘이 ‘EU·이스라엘 협력 협정’ 상의 인권 존중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고 이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회원국들과 공유했다. 2000년 체결된 이 협정엔 양자 관계의 법적 기반이 담겼다. 상대 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설정한다는 내용으로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군사작전 과정에서 협정 2조의 ‘협정 당사국 간 관계와 모든 관련 조항은 인권 존중, 민주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를 위반했다는 게 EU의 판단이라고 알려졌다. ‘위반’으로 판단되면 원론적으로 이스라엘 무역특혜 중지나 재정지원 중단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보고서는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지원 거부, 병원과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 강제 이주 등의 문제와 정착민의 폭력 사태 등 서안 지구 상황도 다뤘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이번 검토 결과를 이스라엘과 논의할 것”이라며 “현지 상황을 개선하고 인도주의 지원이 들어가도록 돕는 게 우리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달까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번 보고서가 이스라엘 처벌이 아니라 가자 주민과 삶에 구체적인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 EU 보고서를 “도덕적·방법론적 실패”라며 거부한 상태다.
한편 같은 날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이란 핵시절 공격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프랑스도 이란의 핵무장 저지 목표를 공유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 공격이 법적 근거를 갖는 건 아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했을 때부터 군사력 아닌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마크롱은 이어 “국민의 주권·영토의 완전성을 믿는다”며 “그래서 우리가 그 나라 국민을 대신해 그들 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외부 힘에 의한 이란 정권교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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