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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이 뛰고 있다. 2025년 7월 초 기준 20kg당 평균 가격이 5만9000원을 넘었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이미 6만 원을 훌쩍 넘겼다. 4년 만에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이러다 곧 10만 원을 찍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농민은 반색하지만,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는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연일 대책을 내놓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공공비축미 공매 카드가 대표적이다. 시장 불안을 잡고 농가와 소비자를 모두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더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과도한 개입이 민간 재고를 고갈시키고 가격 급등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쌀 가격이 너무 낮아 농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법을 밀어붙였다. 정부는 또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5만6000t보다 네 배 가까이 많은 20만t을 사들였다.
통계청 작황 예측이 어긋나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걷어간 것이다. 시장 논리에 맡겼다면 자연스럽게 소화될 물량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매입은 민간 유통 구조를 위축시켰고, 시장에서 쌀이 귀해지자 가격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뛰었다.
농협에는 “비싸게 사들이고 싸게 팔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와 지역농협 간 사실상의 공조, 담합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후 정부는 가격 급등을 잡겠다며 공공비축미를 다시 풀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급히 수급을 풀겠다는 신호는 시장에 또 다른 혼선을 줬다. 쌀을 보유한 상인과 유통업자들은 정부 동향만 바라보며 매물을 잠갔고, 가격은 더 불안정해졌다.
정부는 ‘쌀값이 80kg 기준 21만 원 이상 오르면 비정상’이라는 판단 아래 시장에 개입해 왔다. 하지만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과거 가격을 근거로 한 고정관념이다. 재배 면적 감소, 생산비 상승, 기후변화 리스크,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요인을 무시하고 단순히 과거 가격선을 잣대로 시장을 억누르면 결국 더 큰 왜곡을 부를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격에 개입할수록 유통업자들은 정부를 의식해 재고 방식을 바꾸고, 농민들은 가격 보장을 믿고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재고 부담과 재정 지출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의 쌀 비축·보관·매입 비용만 1조3000억 원이 넘었고, 직불금 부담까지 합치면 매년 3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3조 원의 예산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결국 쌀값 안정은 가격 억제가 아니라 생산과 수요, 유통 구조를 함께 보면서 풀어야 할 문제다. 농민에게는 과감한 직불제 확대와 다양한 작물 재배 유도를 통해 벼 일변도의 생산 구조를 완화해 주고, 소비자에게는 가격 정보와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가격만 억누르려다간 시장 신뢰만 잃는다.
쌀은 단순히 식탁 위 한 톨의 문제가 아니다. 농가와 소비자, 유통업자와 국가 재정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다. 정부가 가격만 보며 나머지를 무시하면 안 되는 일이다. ‘쌀값 잡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이 자생적으로 균형을 찾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가 시장경제에 개입하기보다는 오히려 순리에 맡기고 지켜보는 것이 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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