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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한 주요 장성들에게 “참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군 지휘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수척한 모습으로 양복 차림이었다.
증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 바로 옆 피고인석에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이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아는 군 간부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오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깝다”며 “그들은 제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을 한 사람들인데 참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끝나고 구치소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기도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북을 친다’는 개념으로 계엄을 한 것”이라며 “길게 유지할 생각은 없었고,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또 “계엄 선포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에 누구에게도 사전 검토나 준비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12월 2일 감사원장 탄핵 추진이 계엄선포 준비를 지시하게 된 결정적 트리거였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신문 과정에서 군검찰과 거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 시작 직후 그는 “검찰 측이 위증 혐의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군검찰의 질문에 대해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반발했고, ‘과음으로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질문하면 앞으로 검찰 질문은 모두 거부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이었다. 그가 출석한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집무실을 옮겼던 용산 대통령실과 같은 국방부 경내에 있으며, 청사와 불과 200여 미터 떨어져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용산 방문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약 1년 만이다.
한편 국방부는 19일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장성 8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징계 대상에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는 “수사와 재판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군 지휘 체계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인적 쇄신과 장성 인사 관리 정상화를 위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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