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에 SK엔무브 상장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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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상장 기존 주주 보호 방안으로 잔여 지분 매입 쪽으로 가닥
더불어민주당 상법 개정 통과 의지… 기업 상장 전략 변화 예상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25 11:55:01

▲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를 상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상법 개정안 등 주주 권익 보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상장 전략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복 상장 논란을 일으킨 SK엔무브 또한 지분 매입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를 상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 70%를 보유한 자회사다. 나머지 30%는 사모펀드 IMM크레딧앤솔루션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는 2013년과 2015년과 2018년 각각 상장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다시 SK엔무브 상장을 시도했으나 2025년 5월 거래소가 중복상장 문제를 지적하며 기존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쪼개기 상장’으로도 불리는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상장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나 자회사를 보고 모회사 주식에 투자했더니 해당 사업부가 자회사로 독립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중복상장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중복상장 논란을 우려해 상장을 포기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중복상장에 부정적인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현재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사 충실 의무를 기업에서 기업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송아지를 낳으면 낳을수록 손해가 된다”며 “물적분할 등을 통해 알맹이를 빼먹는 부당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중복상장과 물적분할 행위 등을 비판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때에는 거부권을 행사에 상법 개정안 통과를 막았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24일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 대책 회의에서 이번주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주 본회의가 열리면 상법 개정안 또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주주 권익 보호가 강조되는 와중에 중복상장을 할 경우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잔여 지분을 매입해 지분 100%를 확보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인수가는 약 9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잔여 지분 30%를 매입하는 계약이 완료된다면 기업들의 자회사 상장 과정 또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상장을 시도한 후 주주 설득을 시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는 상장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분을 확보하는 쪽으로 경영 전략이 변경될 수 있다.

한편 SK이노베이션 측은 SK엔무브 상장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 통화를 시도해 본 결과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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