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6º
습도 80%
춘천 27º
습도 80%
청주 24º
습도 85%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DC 중심으로 ‘노숙자·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공약 사항이던 불법이민·국경 문제 해결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말도 많았으나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한 걸음 더 나아갈 태세다. 트럼프는 1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우리 수도를 예전보다 더 안전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며 “노숙자들은 즉시 떠나라. 당신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겠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조치가 공화당 지지층에겐 ‘법과 질서’ 강화에 대한 긍정, 반대 진영에선 ‘인권·복지 침해’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와 유명 대학을 보유한 지역일수록 민주당 지지층 결속 가능성이 높지만, 일자리 창출로 수입을 늘리지 않은 채 복지·주거정책의 쟁점화가 충분히 힘을 받긴 힘들어 보인다. 이번 노숙촌 철거 문제 역시 2024 대선 때의 국경 문제처럼 초당적 공감을 얻을 여지도 충분하다.
이날 트럼프는 또 “범죄자들, 당신들은 떠날 필요 없다. 마땅히 가야 할 감옥에 보내질 것”이라면서 취임 이래 대대적으로 벌인 국경 차단과 불법체류 단속을 상기시켰다. “작년 수백만 명이 넘어왔던 불법입국자를 지난달 ‘제로’로 만들었듯 우리 소중한 수도를 진정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어 “텐트·불결함·범죄가 생기기 전까지 워싱턴DC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였다”며 “곧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11일 오전 백악관에서 ‘범죄와 환경미화’ 주제의 기자회견을 열어 워싱턴DC 일대 노숙자·범죄자 일소 방안이 발표될 예정임을 알렸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도심 노숙자들 텐트촌 철거 및 수용시설 안배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 최상급의 최적한 도시였던 워싱턴DC가 코로나19로 실직자 증가와 함께 노숙자들이 늘었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1년 하반기 퇴거 유예, 연방 지원금 축소, 임시 숙소 프로그램 종료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왔고 2022~2023년 집값·임대료 급등(전미 평균 이상)과 팬데믹 재발로 노숙자가 다시 대폭 늘었다. 2023년 가을 이래 유니언 스테이션·내셔널 몰 주변 대형 노숙 캠프 등이 자주 뉴스를 타게 됐다.
트럼프는 5일 트루스소셜 게시글로 워싱턴DC 청소년 갱단원들 폭력사건 등을 열거한 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대통령 권한을 사용해 도시들을 연방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1790년 연방수도법에 따라 메릴랜드·버지니아 주 땅을 양도받아 수도권이 설정된 이래 워싱턴DC는 헌법상 연방 직할이자 자치구지만 1973년 제정된 법에 따라 시장 및 시의회가 선거로 뽑힌다. 다만 2008년 이래 민주당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굳이 “도시들”이라고 한 것은 사실상 민주당 정부 아래 치안과 미관이 악화된 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각각의 주(州)가 일개 국가 격인 미국에서 수도 이외 도시를 ‘연방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과거 비상사태에서 한시적으로 주 권한을 박탈하고 연방이 직접 치안·행정을 일시 책임진 경우가 있었다. 트럼프는 이런 ‘한시적 연방화’를 고려할 만큼 워싱턴DC 현실을 심각하게 본 것이다. 당연히 주 정부, 특히 민주당 우세 지역의 주에선 한층 격렬히 반발할 터라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만 한다.
1957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흑인 학생 9명이 백인 전용 고등학교 입학을 시도했을 때 주 방위군이 이를 막자 당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주지사의 방위군 지휘권을 박탈한 것도 ‘연방화’의 일종이었다. 연방군을 투입해 학생들의 안전 보장과 인종차별 해소를 위한 연방권 개입으로 해석된다. 인종 갈등과 공권력 충돌에 따른 디트로이트 폭동(1967년) 시엔 주지사 요청으로 연방군이 투입돼 치안 회복에 나선 바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가 큰 피해를 입힌 뉴올리언즈의 복구차 논의된 연방화는 해당 루이지애나 주지사 반대로 무산됐다.
2020년 5월 포틀랜드 폭력시위 때는 연방화까진 안 갔으나 연방 국토안보부 요원을 대거 파견해 주 정부 청사를 보호했다. 트럼프1기 때 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진 후 약탈·방화가 동반된 폭동으로 번졌다. 트럼프 첫 임기 말이던 2020년 주류 언론과 민주당 측에선 트럼프의 조치에 맹공격을 퍼부었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가 전 세계적 호응을 얻는 모양새였다. 과잉 진압 관련 경찰들 전원 처벌 받았으며 사망자를 낸 경관은 2급 우발적 살인 유죄 평결 후 22년6개월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플로이드 혐의였던 ‘가짜 20달러 지폐 사용’과 그의 마약 소지·판매, 강도·절도 등 전과는 거론되지 않았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