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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꽤 늘었다. 하루 평균 20 테이블 정도 더 들어온다.(음식점)” “매출이 늘어서 도움이 된다. 매출이 20% 정도 늘어난 것 같다.(정육점)” “손님이 많이 늘었다. 안경도 사고 선글라스도 사고 다양하게 산다.(안경점)”
민생회복 차 소비쿠폰이 지급되자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났다. 제1차 소비쿠폰이 유통된 지 한 달을 채워가는 18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소비쿠폰이 먹고 마시는 데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다른 업종에 낙수효과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쿠폰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발행하는 소비 장려금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의 복합 불황 속에서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전국 가계의 평균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외식(-4.2%), 문화·여가(-3.9%), 숙박·여행(-5.1%) 등 비필수 항목에서의 소비 위축이 두드러졌다.
소비쿠폰 정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자 정부는 단기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고,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의 기폭제로 활용하겠다는 목표 아래 소비쿠폰을 발행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시장에서 만난 음식점과 정육점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매출이 늘었다며 웃었다.
소비쿠폰 지급 1주일 후 최고 매출 증가를 보인 업종은 안경업체였다. 소비쿠폰 소비처로 손꼽혔던 안경점은 매출 56%가 늘었다.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안경점 관계자도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쿠폰 발행 2~3주차에 나온 조사 결과 소비쿠폰은 주로 먹고 마시는 데 사용됐다. 행정안전부가 국내 9개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은 소비쿠폰 사용액과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은 3일 자정을 기준으로 5조7679억 원 어치 발행됐고 소비쿠폰 사용액은 2조 6518억원(46.0%)이었다.
대중음식점에서 사용한 소비쿠폰은 1조 989억원으로 총 사용액 가운데 41.4%를 차지했다. 마트와 식료품(4077억원) 소비는 15.4%였고 편의점(2579억원) 사용도 9.7%였다. 병원과 약국(2148억원) 사용은 8.1%였다. 민생회복이란 취지와 달리 일부 피부과 병의원은 소비쿠폰으로 시술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면서 보톡스와 필러 등 미용시술을 홍보했다.
그러나 모든 업자와 업소들이 소비쿠폰의 덕을 본 것은 아니었다. 체감 온도는 모두 달랐다. 음식점에서도 “평소보다 (손님이) 그다지 늘어난 거 같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육가게 사장도 “솔직히 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연히 늘긴 늘었다. 그러나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매출이 줄었다는 예상 밖의 대답도 있었다. 서울시 강남구 먹자골목 고급 한식 레스토랑과 와인 바 레스토랑에서는 매출이 오히려 좀 줄었다. “소비쿠폰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휴가철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 동대문구 골목 카페에서 만난 중년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디 특별한 데 쓰지 않았다.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밥 먹고, 장 보고, 커피 마시는 데 사용했다.” 공짜 돈이 생겼으니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공짜 싫다는 사람 있겠나? 받은 만큼 세금으로 내야 하겠지만 어쨌든 당장은 좋다. 그리고 형편 어려운 사람들 입장에선 나름대로 요긴한 돈이었을 것 같다.”
안경점 특수에 대한 반론도 있다. “소비쿠폰 준다고 하니까 지급 전 한 달 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소비쿠폰 주니까 그때부터 손님이 다시 오시고 매출이 늘었다. 한 달 간 전혀 손님이 없었던 걸 감안하면 매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거의 비슷한 것이다.” 다른 안경점은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다. “불경기에 매출이 줄어들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한 승수효과도 나타났다. 소비쿠폰 사용처가 아니었던 대형마트나 백화점들도 매출 증대 효과를 누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승수효과’란 예를 들어, 소비쿠폰을 통한 초기 소비 증가가 연쇄적인 소비 효과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초기 투자나 소비 증가액이 최종적으로 총소득을 증가시키는 현상이다.
대규모 지원금이 풀리면서 유통업계도 들썩였다. 편의점업계는 식음료를 중심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편의점 GS25의 지난 22~27일 냉장·냉동 국·탕·찌개류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37.6% 급증했다. 국산우육은 252.9%, 해산물 212.7%, 계육은 106.1% 각각 뛰었다. 세븐일레븐에선 매출이 80%, 고급 아이스크림과 기저귀는 60%씩 증가했다. CU는 음료 판매액이 41.4%, 가공식품은 26.8%, 간편식은 25.4% 각각 늘었다. 패션업계도 소비쿠폰 효과를 톡톡히 본 업종 중 하나다.
소비쿠폰을 받은 사람을 얼마나 될까. 국민 가운데 무려 96.7%인 약 4893만 명이 소비쿠폰을 받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이고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찾아가는 소비쿠폰’ 서비스는 전국민에게 소비쿠폰이 지급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막후의 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어느 주민센터 공무원은 찾아가는 소비쿠폰 서비스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저희 센터에서는 16건의 찾아가는 소비쿠폰 서비스 신청자가 있었고 15건이 이미 처리되어 전달됐다. 나머지 한 건은 담당자와 시간이 맞지 않아 어긋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딱 15만원의 행복 효과가 있었을까. 먹고 마시는 데 사용했다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호황인 걸 보면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 예측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평가에서 소비쿠폰이 특정 업종의 매출에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됐지만 경기 전반의 반등 효과는 미미했다고 진단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송인호 소장은 “대부분의 가구는 평소 하던 소비를 지원금으로 대체했을 뿐 새로운 소비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소비성향(MPC)이다.
소득 하위층은 추가 소득을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중상위층은 기존 소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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