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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대표 제철 생선인 방어 가격이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면서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도매 현장에서는 방어 한 마리 도매가가 수만원대까지 치솟으며 ‘방어 대란’을 넘어 ‘금(金)방어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경락시세에 따르면 17일 기준 방어 평균 경락가는 2만134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날 평균가(6740원)와 비교하면 약 3.2배 상승한 수치다. 활방어 1미 기준 거래에서는 낙찰가 상단이 3만~4만원대에 형성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도매가의 1.5~2배 수준에서 형성되는 소매 가격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1㎏당 5만~6만원을 웃돈다.
겨울이 시작되면 횟집마다 ‘방어 입고’ 안내가 하나둘 붙기 시작한다. 제철을 맞은 방어는 기름진 살과 고소한 풍미로 오래전부터 겨울 별미로 사랑받아 왔다. 최근에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겨울에 꼭 먹어야 할 회’로 소개되며 젊은 층 수요도 크게 늘었다. 방어는 크기에 따라 소·중·대방어로 나뉘는데, 특히 5㎏ 이상 대방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 선호도가 높다. 다만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방어를 둘러싼 분위기는 ‘금방어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방어 유통 담당자는 “현장에서는 이미 ‘방어 대란’이라는 표현을 넘어 ‘금방어’라는 말이 일상화됐다”며 “도매가가 이 정도로 뛰니 횟집이나 배달 앱에서는 참치보다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워낙 커 소비자 불만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공급 불안이 지목된다. 방어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어 가격 급등은 단순한 계절적 변동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수산물 수급 구조를 바꾼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첫째는 어장의 북상이다. 방어는 겨울철 수온이 내려가면 제주도로 회유하는 어종인데, 최근 동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방어가 연안으로 붙지 않고 강원도나 먼바다에 머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름철 고수온 피해도 공급난을 키웠다. 그는 “지난여름 폭염과 고수온, 적조로 남해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방어가 대거 폐사했다”며 “자연산 어획 부진을 메워줘야 할 축양 물량이 사라지면서 겨울철 공급망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내 공급이 줄자 일본산 방어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일본산 방어 누적 수입량은 약 4000t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 확대에도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방어 도매상은 “일본 역시 기후 영향으로 조업 여건이 악화돼 수입 원가 자체가 오른 상황”이라며 “수입을 늘려도 국내 소비자 가격을 끌어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어 수요 자체가 크게 늘어난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통 담당자는 “과거에는 방어의 무른 식감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참치와 연어를 거치며 한국인의 입맛이 기름진 숙성회에 익숙해졌다”며 “SNS와 방송이 ‘겨울 대방어’를 하나의 문화 이벤트로 만들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정점에 달하면서 가격이 버틸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방어회를 즐긴 시민 A씨는 “12월 제철 방어를 맛보기위한 2030세대가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방어를 먹으려다가 가격 부담에 포기했다는 시민 B씨는 “보통 한 마리에 6㎏전후(±)인데, 욕심 안 부리고 그 절반인 3㎏정도만 산다고 쳐도 원물 가격만 벌써 12만 원”이라며 “여기에 찜비나 상차림비까지 더해지면 금액이 훌쩍 뛴다. 가족 외식 한 끼 비용으로는 꽤 묵직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어 가격 강세가 연말·연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기를 조절하거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통 담당자는 “통계적으로는 설 연휴 이후인 2월 초순이 가장 합리적인 ‘골든타임’”이라며 “수요는 줄지만 방어의 지방량은 여전히 높은 시기”라고 조언했다.
서대문구 한 횟집 사장 또한 “무조건 대방어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소방어는 기름기는 덜하지만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뛰어나고, 현재 가격 환경에서는 가성비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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