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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공기업) 개혁이 시급하다. 공공기관은 ‘감시받지 않는 공룡’이 됐다. 천문학적 부채, 낙제 수준의 경영, 사내 복지 천국을 만든 도덕적 해이, 전문성 부족한 상당수 이사장(사장)과 이를 견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낙하산 감사’ 등 공공기관의 난맥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문성 없는 ‘윤석열 코드’ 인사와 무능한 공공기관장들은 즉각 사퇴하라고 밝히고 나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장 7명 중 5명이 이른바 ‘윤심’으로 임명된 낙하산 인사들로 밝혀졌다며 이들의 자진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 임명한 ‘알박기’ 인사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까지 발목 잡는 무책임한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사실 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장 밀어내기는 관례화됐다. 정권을 잡은 측은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고 검증된 인물들로 교체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실제로 전임 정부에서 별 능력 없는 인사들이 줄타기로 공공기관장과 감사 등 주요 임원을 맡은 사례가 적지 않은 건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상당수 임원들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무회의에서 배제시킨 게 단적 사례다. 이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지속해서 표명하고 개인 소셜미디어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게재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거듭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이 위원장은 여당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에 여권은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계산 아래 국무회의 때마다 이 대통령에게 이것저것 요구해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인사’로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 대전MBC 사장 재직 당시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 같은 사례는 정권 교체기마다 비일비재하다. 한데 대놓고 나가라고 했다가는 문재인정부 시절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처럼 영어의 몸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이 자리에 청와대 추천 인사가 임명되도록 채용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누구라도 ‘알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여당은 ‘후안무치’ ‘대선불복’ 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야당은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한국판 플럼북(Plum Book)이 필요하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에 해당하는 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위 명부록을 발행한다. 책 표지 색상이 익은 자두(플럼) 색깔과 비슷해 플럼북으로 불린다. 상원의 국토안보·정부업무위원회와 하원의 감독·개혁위원회가 4년마다 번갈아가며 발행한다. 이 책에는 연방정부 고위 공무원 이상부터 장·차관급에 이르기까지 주요 직위가 모두 올라 있다. 대부분 주요 직책들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기에 논란이 거의 없다.
우리의 경우 공공기관을 집권 세력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또 공직을 출세와 생계 수단 정도로 가볍게 보거나 심지어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천박한 공직관도 바로 잡아야 한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특정 이념에 경도되지 않은 합리적 공직자상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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