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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학교, 주민센터 등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설계비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며 수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심사위원의 중복 위촉과 자천 방식에 따른 무작위 선정으로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신진·중소 건축사의 참여 기피가 확산되고 있다. 공정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심사 구조가 혁신 설계안의 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건축업계 등에 따르면 조달청이 최근 2년간(2023~2024년) 진행한 237건의 공공건축 설계공모 가운데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설계비(책정 설계비 2223억8000만 원)의 50.2%(1116억 원)를 차지하며 수주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수주를 기록한 업체는 단독으로 362억 원 규모를 따냈다.
수주 편중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업계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설계공모 심사를 맡는 심사위원 역시 동일 인물이 반복적으로 위촉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정부는 심사위원 1인이 연 12회 이상 심사를 맡지 못하도록 운영지침을 개정했지만 실제로는 20회 이상 심사에 참여한 위원도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33명의 심사위원이 이 기준을 넘겼다. 한 위원은 무려 24회에 달하는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 선정 방식도 문제가 있다. 다수의 심사위원이 본인 신청 방식으로 심사위원 후보에 등록되고 있으며 실제 심사 배정은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의 성격이나 분야와 무관한 인물이 설계안을 평가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보다는 ‘결점 없는 무난한 설계’가 당선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신진 및 중소 건축사의 참여 의욕을 꺾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설계공모 과정에서 불공정성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심사위원과의 사전 접촉 및 금품 제공, 전문성 부족, 특정 지역 편중, 지침 위반에 대한 제재 미흡 등이 꼽혔다.
결국 신생 설계사무소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공공 설계공모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 한 건축사무소 대표는 “조달청 설계공모는 몇몇 대형 업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퍼져 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대로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시, 파주시 등의 공모에는 참여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 건축 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심사위원의 전문 분야, 작품, 수상 실적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설계공모의 성격에 따라 선별하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공공건축은 창의성과 혁신이 아닌 ‘관행’과 ‘신뢰 부족’에 갇혀 밋밋한 결과물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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