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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세입자들이 2년 전 체결된 전세계약의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서 보증금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최근 2년 새 4000만 원 이상 상승했다. 경기 과천의 경우 무려 1억5000만 원 넘게 치솟았다. 매매 정체 속 전세만 급등하는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며 기존 전세 제도의 구조적 불안이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3년 상반기와 2025년 상반기 사이 수도권 7878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 보증금은 3억9063만 원에서 4억3278만 원으로 4215만 원(10.8%) 상승했다.
특히 전용면적 84㎡, 일명 ‘국민평형’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서울 기준으로 평균 6435만 원이나 올라 6억196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집에서 계속 살기 위해선 직장인 중위소득(3204만 원)을 2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평형별 상승률을 보면 실수요가 집중된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 폭이 도드라졌다. 수도권 중형 아파트 전셋값은 11.2%, 소형 아파트는 10.8% 오르며 대형(9.8%)과 초소형(5.6%)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신혼부부, 어린 자녀가 있는 3~4인 가구 등이 주로 찾는 주거 유형에 전세 수요가 몰린 결과다.
지역별로는 경기 과천시의 전세가 상승률이 눈에 띈다. 올해 재건축 단지들의 대규모 이주가 맞물리며 과천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년 새 1억5450만 원(21.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양주시(19.3%), 구리시(17.3%), 화성시(16.6%) 등도 전셋값이 크게 오르며 수도권 전체 전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역시 마포구(15.4%)를 비롯해 서대문구(14.4%), 동작구(14.0%) 등 인기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1억1717만 원, 1억1081만 원이 올라 금액 기준으로는 최고 상승 지역에 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시장 왜곡이 아니라 전세제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의 전세가 급등은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 간의 괴리 이른바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집값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반면 재건축 이주 수요와 공급 부족 등으로 전셋값만 급등하면서 세입자의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며 “특히 집을 사려던 계획이 막힌 무주택 서민층은 전세 보증금 상승과 월세 전환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반환보험 의무화, 전세가 상한제 실효성 강화, 공공임대 물량 확대 등 전세 시장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동산 경기 진정책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주거안정을 확보하기 어렵고 전세제도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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