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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하다’는 말만큼 오늘날의 K컬처를 잘 설명하는 표현이 또 있을까.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전 세계 문화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한국 콘텐츠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문화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K컬처가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그 외연의 확장과 중심성의 강화다. 과거에는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 수출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글로벌 콘텐츠가 한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이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 프로젝트의 핵심 무대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홍선 감독이 최근 영국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 시즌3’에 합류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미국 AMC와 영국 Sky가 공동 제작하는 굵직한 시리즈로 김 감독은 최초로 해당 시리즈를 연출한 아시아계 감독이 되었다. 이는 한국의 연출력이 국내 시장을 넘어서 서구의 제작 현장에서도 핵심적인 기획 역량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 자본 기반의 글로벌 드라마 ‘버터플라이’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한국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국내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제작됐다. 단지 일회성 캐스팅이 아니라 기획부터 연출, 미술, 촬영까지 한국 제작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하나의 공동 창작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과 부산 등 한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되는 등 한국의 도시와 문화 자체가 세계 콘텐츠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글로벌 자본이 한국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의 주체로 들어섰다는 증거다. 콘텐츠 산업에서 창작 역량과 제작 인프라는 결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기술력, 창의성, 그리고 흥행 가능성까지를 모두 입증해 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잇따라 작품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세계 보편성을 획득한 콘텐츠들이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감 없이 우리의 이야기로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물론 콘텐츠의 산업적 성장 속도와는 별도로 창작 환경의 지속 가능성, 제작 인력 보호, 스토리 다양성 확보와 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K컬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고 유연하며 전략적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리 없이 강한 K컬처는 이제 그 힘을 감추지 않는다. 기술력과 창작 역량 그리고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올라선 한국 콘텐츠는 더 이상 주변이 아닌 중심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한국의 감독·배우·제작진은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K컬처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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