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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에 웅장히 서 있는 ‘서울스퀘어’는 오피스 빌딩을 넘어 한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대우그룹 본사로 출발해 드라마 미생의 배경지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 건물은 1조 원대 몸값이 거론되는 매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매도자인 ARA코리아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 만기가 도래하며 시장에 나온 ‘서울스퀘어’는 부동산 딜을 넘어 투자심리, 오피스 시장 구조 변화, 나아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조망할 나침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서울스퀘어는 지상 23층, 지하 2층, 연면적 13만2806㎡ 규모의 대형 프라임 오피스다. 서울역과 직접 연결된 초역세권 입지를 갖춘 덕분에 KTX, 공항철도, GTX-A 등 전국 단위 교통망과 바로 이어진다. 이런 교통 접근성은 서울 도심 내 경쟁 자산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장점이다. 실제로 기준층 900평이 넘는 전용 면적은 글로벌 기업이 선호하는 대형 평면을 제공하며 현재 SK해운, 교보생명, 메르세데스 벤츠, 엑손모빌 등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겉보기의 화려함 이면에는 고민이 존재한다. 작년 11번가의 이전으로 발생한 대규모 공실은 현재 임대율을 8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ARA코리아가 공실 일부를 호텔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 도심 오피스 시장 자체가 공급 증가와 기업들의 비용 절감 기조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예정된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이오타 서울 프로젝트 등 신규 오피스가 속속 들어서면 서울스퀘어가 직면한 수급 불균형은 더 부각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매각 가격에 쏠린다. 2019년 인수 당시 3.3㎡(1평)당 2460만 원이던 거래가는 최근 3000만~3500만 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단순 계산으로도 매각가는 1조 원대로 예상된다. 만약 기대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된다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초우량 자산에 대한 투자 신뢰가 살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 가격이 낮게 형성되거나 매각이 지연될 경우 시장의 보수적 태도와 유동성 위축을 확인하게 된다.
서울스퀘어가 던지는 함의는 세 가지다. 우선 오피스 자산의 ‘트로피 애셋’ 지위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트로피 애셋이란 말 그대로 트로피처럼 소유 그 자체만으로 최고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건물을 뜻한다. 하지만 서울 최고의 교통 요충지에 자리한 이 대표 건물조차 공실 리스크를 피하지 못하는 현실은 기업 수요와 시장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은 이번 초대형 부동산 거래로 한국 경제의 자금 순환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조 원대 거래가 무리 없이 이뤄진다면 한국 자본시장 유동성이 안정적임을 보여줄 것이다. 반대로 난항을 겪는다면 투자심리 냉각 신호로 볼 수 있다.
끝으로 서울역 일대 개발 프로젝트와 추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은 향후 부동산 가치의 변수가 될 것이다. 단기적 공실 문제를 넘어 장기적 성장성을 확신할 수 있다면 서울스퀘어는 제값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스퀘어 매각은 한국 오피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 투자자 리스크 인식, 교통·개발 호재가 맞물린 중요한 부동산 이벤트다. 이번 거래 결과는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성과 신뢰를, 기업들에게는 입지 전략을, 그리고 시장에는 경기 체감 신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스퀘어가 1조 원을 넘어 그간의 위상을 증명할지 아니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한계를 드러낼지 올해 한국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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