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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당초 예정됐던 5월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됐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 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라는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6월3일 대선 전에 있을 예정이었던 사법 판단의 기회는 무산되었고, 이와 관련한 정치적 파장이 커질 조짐이다.
서울고법의 결정은 형식적으로는 재판부의 재량에 따른 절차상 조치다. 대법원이 5월1일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 서울고법은 다음 날 해당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했고, 다음 날인 3일 소환장을 발부해 첫 공판 기일을 5월15일로 정했다. 이후 이재명 후보 측이 공판 기일 변경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일정 변경의 표면적 사유는 ‘선거운동 기회의 보장’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였다.
문제는 그 맥락과 시점이다. 해당 재판은 대법원이 이미 법리 판단을 마쳤고 사실관계에 대한 재확인 절차만 남은 파기환송심이다. 통상적으로 파기환송심은 신속한 재판 진행이 원칙이다. 실제로 사건 배당 직후 재판부가 2주 내 첫 기일을 지정한 것도 이런 원칙에 부합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법원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법원이 밝힌 연기 사유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선 후보에 대한 재판이 선거 직전에 열리면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연기 결정의 파급력과 정치적 해석 가능성을 고려하면 재판부의 조치가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법률적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판결뿐 아니라 그 판결에 이르는 과정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번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은 대선을 통해 최고 통치자를 선택하는 주권자이며, 그 선택이 올바르기 위해선 후보자의 도덕성과 범죄 이력을 사전에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 따라서 후보자 본인은 물론 검찰과 언론·선관위 모두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치권의 입김이 사법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특정 정당이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판사 탄핵과 고발, 좌표 공개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법관 개개인이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법 체계의 근간이다. 이 근간이 흔들리면 사법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만일 정치적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재판 일정이 변경된 것이라면 이는 그 자체로 사법 신뢰를 손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법부도 이처럼 첨예하게 정치화된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중함과 위축은 다르다. 외부의 비판을 고려하되, 그에 휘둘려 판단의 방향이나 속도가 흔들린다면 독립된 사법부의 위상은 유지되기 어렵다. 재판부는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도 법률과 양심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재판일수록 사법부는 더욱 투명하고 정제된 절차를 지켜야 한다. 이번 기일 연기의 파장은 단순한 일정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사법부가 보여준 이번 결정은 국민에게 공정한 판단 기관으로서의 확신을 줄 수 있었는가.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모든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법부 본연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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