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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화가 구본준의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전시가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서 24일부터 29일까지 엿새간 펼쳐진다.
혜화동은 오래전 앵두골이라 불리워지던 동네로 구 작가 어머니의 고향이자 그와 형제들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구 작가는 혜화아트전시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혜화동 성당, 동양서림, 떡 방앗간, 혜화동 주유소, 파출소, 동성 중고등학교 그리고 골목 골목길이 눈에 선합니다. 정겨운 그곳을 떠난 지 반세기를 훌쩍 넘겨 돌아오게 되었네요. 그림 몇 점 팔에 끼고요.”
구본준 작가는 프라하에 25년째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블타바강(Vltava, 독어로 몰다우강)의 석조다리 위에서 프라하 체류를 결심했다고 한다.
작가 구본준이 서 있던 다리는 그 유명한 까를교다. 까를교는 세계문화유산인 프라하 구시가지와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다리로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교각이다.
카를교 아래로는 블타바강이 흐르고 저 건너편에는 프라하성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저 너머 푸른 밤하늘 아래 중세 성들이 만들어 내는 스카이라인이 희붐한 달빛을 반사해 낸다. 그것들은 거꾸로 매달린 고드름처럼 제각각 뾰족뾰족하다.
도시 한복판에는 기린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서서 달을 우러른다. 아프리카 초원이 아닌 중세 도시에 등장한 기린은 그가 서 있는 장소만큼 비현실적이다.
그 아래에는 화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중절모 사내가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다. 그리고 반려견 한 마리가 그의 곁을 지킨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방에 달빛을 흩뿌리며 서 있는 나무 두 그루다. 황금 잎사귀를 잔뜩 매단 나무는 도시를 떠받치듯 혹은 사내를 수호하듯 캔버스 양 끝을 지킨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가 아니라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긴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팔, 굴곡진 몸매의 여인은 전설의 리부셰 공주다.
“하늘을 찌를 영광을 누릴 큰 도시가 있으리라”
프라하성이 세워지기까지 신비한 힘의 소유자 리부셰 공주의 예언이 있었다. 성은 10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지어졌다. 성이 마지막 벽돌을 얹은 게 불과 200년 전의 일이다. 이곳 프라하성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변신’ ‘성’ ‘소송’을 썼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또 하나를 얻게 되는 걸까. 한국에서 연극인의 삶을 살았던 그는 프라하에서 새로이 미술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2012년에는 프라하 소재 ‘갤러리 도미노’에서 개인전도 가졌다.
구 작가는 아직도 예술이 뭔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슬플 때 그저 그림을 그렸고, 기쁠 때도 뭔가를 그렸고, 아파도 붓을 놓지 않고 그렸습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안 그러면 죽을 것 같았으니까요. 정말 그랬어요. 보기에 어눌한 그림이었지만 저를 미소 짓게 해 줬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또 그리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죽지 않고.”
그동안 서울 홍대입구, 목동 등에서 여러 차례 국내 전시를 개최해 온 구 작가지만 여전히 그림 앞에서, 관람객 앞에서 겸손하다.
“그랭이질로 덤벙주초 놓듯 삐뚤빼뚤 그린 그림들입니다. 이런 그림도 있군, 하며 보아주시면 고맙겠구요, 미소짓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해드릴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그림은 글을 쓰듯, 글은 그림 그리듯 그렇게 미술을 한 것 같아요. 지상에서 중력을 가까스로 버티며 영원으로 향하는 마음으로 그렇게요….”
◆ 구본준 작가
2023 파주 교화 아트센터 초대전
2022 목동 구구 갤러리 초대전
2022 오사카 갤러리 개인 부스 초대전 (인사동 한국 미술관)
2021 NGO Praha 지아 갤러리 초대전
2019 Gallery Villa pelle national Gallery
2017 홍대 갤러리 G-ha
2012 Gallety Villa pelle national Gallery
2012 Gallery Domino Pr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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