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와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장문의 논평을 통해 한·미 문건을 “미·한의 대결 의지를 공식화한 선언이며 지역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규정했다. 팩트시트 발표 후 나흘 만, 한국 국방부의 남북 군사회담 제안 하루 뒤에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북한은 한·미가 이번 회담 결과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논평은 이 표현을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하는 것”이자 “우리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2018년) 이행을 언급한 부분을 두고는 “스스로 파기해 놓고 과거 합의 이행을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비핵화 조건을 전제로 한 어떤 협상도 거부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논평은 “비핵화를 거론하는 한 대화는 없다”는 기존 메시지를 강조하면서도 이재명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실명을 피하며 노골적 비난을 자제했다.
핵잠 승인·우라늄 농축·재처리 용인
“준핵보유국 키우려는 대결 행위”
“미·한 나토식 동맹 구도 아시아 들여오려…”
북한이 가장 강하게 반발한 부분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승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허용 등의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를 “비핵국가에 대한 노골적 핵 전파”라고 규정했다. 논평은 “한국을 ‘준핵보유국’으로 키우는 발판을 미국이 깔아줬다”며 “이는 조선반도,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핵 통제 불능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핵잠 도입은 “자체 핵무장의 포석이며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해 군비경쟁을 격화시킨다”고 비난했다. 최근 미 해군참모총장이 “한국의 핵잠은 중국 억제에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북한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팩트시트에 대만해협 평화·항행의 자유 등이 포함된 점도 문제 삼아 “지역 주권국가의 영토 완성과 핵심 이익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제들로 북한이 중국 입장과 전략적 공조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미동맹 현대화·지역화 구상을 “미국 주도의 나토식 안보구도를 아시아·태평양에 구축하려는 패권 기도”라며 반발했다. 이는 북·중·러 3각의 안보 연대 강화 가능성과도 맞닿는다.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일반 관세율 15% 인하를 해주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금융·투자 패키지를 받아냈다고 규정하며 이를 “한국 경제를 미국의 경제번영을 위한 식민지 하청경제로 종속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논리는 북한 선전매체의 전형적 프레임이지만미국의 대미 투자를 ‘조공’에 비유하는 공격적 수사는 새삼 눈길을 끈다.
다만 북한은 이번 입장을 △노동신문(대내용)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논평(대외용)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불필요하게 전면 충돌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한미동맹의 새로운 노선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세우려는 ‘관리된 반응’으로 해석된다. 논평은 마지막에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당위적이며 현실 대응적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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