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북한의 조직적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21년 연속 채택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불처벌 문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개선 조치를 촉구했지만, 정작 북한은 내부적으로 ‘민생 성과’를 강조하며 체제 결속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한미일 등 61개국이 공동 제안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과 구조적 침해, 책임 부재, 만연한 불처벌 문화를 강하게 규탄했다.
또한 북한이 복지보다 군사비와 불법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과도한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불어 국제기구·인도지원 인력의 복귀 환경 조성, 시민사회 활동 보장, 남북 대화를 포함한 ‘참여와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국은 올해도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상정된 인권결의안으로, 대북 관여를 중시하는 외교 기조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규범에 동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9~2021년 공동제안국 불참 결정을 내렸으나, 윤석열 정부 이후 다시 참여해왔다.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채택 절차를 밟는다. 유엔총회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해왔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연이어 지적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외곽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민생 성과’를 집중 부각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새로운 성과인 강동군병원 준공식이 19일 열렸다”며 김 위원장의 연설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이 나라 전체 인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우리식 보건 현대화는 당의 결심”이라며 지방병원 건설을 체제 성과로 강조했다.
강동군병원은 지난 2월 착공 후 9개월 만에 완공됐다. 김 위원장은 “건축공정이 복잡한 보건시설을 이처럼 짧은 기간에 건설한 예는 건설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속도전을 자찬했다. 이어 구성시병원, 룡강군병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응급치료소 등 연내 완공 예정 시설을 열거하며 “올해만 6개의 현대적 의료시설이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핵심 지역개발 프로젝트인 ‘20×10 정책’을 병원·의료 인프라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준공식을 두고 “수도 시민들과 다름없는 선진 의료봉사를 지방에서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체제 우월성’ 홍보에 공을 들였다.
유엔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와 핵·미사일 전용을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 북한이 지방발전·의료 현대화를 전면에 내세운 움직임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국제사회에는 인권침해 비판이 쏟아지고, 북한 내부에는 “인민생활 개선”과 “지방 혁신”의 성과를 부각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수록 내부적으로 의료·주거·지역개발 성과를 확대 소개하며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에서도 병원 건설이 주요 경제 성과로 대대적으로 선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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