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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표류해온 7조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오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운명을 맞이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산 비리 수의계약 배제’ 언급으로 기존 관례였던 수의계약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개발’이나 ‘복수낙찰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2일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추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최종 의결한다. 이번 회의는 당초 18일 예정이었으나 부처 업무보고 일정 등으로 연기됐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t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해군 핵심 전력 사업이다. 함정 건조 프로세스는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각각 수행했다.
함정 사업은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고(2022·2023년 유죄 확정)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에서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준다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데 잘 체크하라"고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특정 기업을 명시하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수의계약 배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수의계약이 힘들어지고, 경쟁입찰 시 전력화 지연(최소 3~4년) 우려가 커지면서 방사청은 제3의 길을 모색 중이다.
최근 이용철 방사청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복수낙찰제' 도입을 건의했다. 이는 과당 경쟁의 폐해를 막기 위해 두 업체에 물량을 나눠 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두 회사가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선도함을 나누어 건조하는 '공동개발(상생안)'도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동개발의 담합 여부에 대해 "사후 판단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으나, 방산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당한 행위(공정거래법 116조)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력 공백 및 일자리 우려… “결단 늦출 수 없어”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의 노후화로 2030년 적기 전력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업계는 이번 방추위가 더 이상의 지연을 끝낼 분수령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탈락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얻은 기업이 법적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커 ‘포스트 방추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법부 처벌이 끝난 사안으로 노동자 일자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KDDX뿐 아니라 향후 차세대 잠수함, 경항모 등 대형 함정 사업의 추진 원칙을 가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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