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카페 ‘봉주르’는 그간 지역사회의 명물로 통했다. 접근성이 다소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경관으로 ‘데이트코스’로 각광받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폐쇄조치 됐다. 40여년 간 불법영업을 이어 온 것이 이유였다. ⓒ스카이데일리
팔당댐의 명물 카페 ‘봉주르’가 문을 닫았다.
‘봉주르’는 지난 1976년 당초 24.379㎡(약 7.5평)의 건물을 신축해 영업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영업이 강제로 종료된 시점의 영업면적은 무려 5300여㎡(약 1603평)이었다.
영업주 최 모씨가 1995년부터 인근 개발제한구역 등을 무단 점유해 영업시설과 주차장 등을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남양주시 측은 줄곧 시정 및 원상복구명령, 형사고발,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조치했다. 하지만 봉주르의 ‘배짱영업’은 계속 돼 왔다는 게 남양주시 측의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봉주르 입장에서는 부과되는 벌금만 내고 보는 식이었다. 결국 시는 지난 4월 봉주르를 상대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봉주르의 영업강행은 계속됐고 결국 지난달 영업허가를 취소·폐쇄조치 했다. 불법 확장된 시설물에 대한 행정집행을 예고한 남양주시 측은 지난 9일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기슭에 위치한 봉주르는 발 아래로 팔당호가 펼쳐져 있고 호수 건너편으로는 검단산 자락이 보이는 곳이다. 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위치에 자리했으면서도 유수한 경관 때문에 데이트코스로 지난 40여 년간 각광받았던 곳이다.
▲ 남양주시는 봉주르를 상대로 수차례 불법영업에 대한 경고를 계속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부과된 벌금에 비해 매출이 컸다. 연간 약 수백억원의 매출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불법 건축물로 지적 받은 야외 화장실이 강제 철거되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내가 갔던 그곳 불법이었다니”…철거현장, 영광의 세월 잊은 듯 폐허로 변해
봉주르는 지난 2012년 인근에 자전거길이 조성되면서 최근까지 이전보다 더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곳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철거 현장을 찾았을 때도 많은 이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철거소식을 모른 채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치거나 방문하려던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잠시 자전거를 멈춘 채 마주한 황폐한 봉주르를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윤민혁(23) 씨는 봉주르를 ‘분위기가 좋은 카페’로 기억하고 있다.
윤 씨는 “봉주르는 음식 값이 다소 비쌌으나 좋은 경치와 분위기 탓에 입소문이 난 곳으로 말로만 듣다 지난해 한 번 와봤는데 그 때도 만석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이곳이 그동안 불법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소식에 놀랍다”고 전했다.
철거가 진행 중인 봉주르 내부 곳곳에는 ‘영업 폐쇄’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곳 내부는 어지럽게 빈 테이블들만 놓여 있었으며 조명이 꺼진 상태라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주차장에서 ‘위반건축물표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었다. 그는 봉주르 업주 동생이 행패를 부리고 수시로 인근 가게들의 불법을 신고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봉주르 사장 동생이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니며 부린 횡포가 말도 못했다”면서 “다른 건축물의 작은 불법사항을 발견하면 즉각 신고하고 들쑤시고 다녀 주민들의 인심을 못 얻었다”고 밝혔다.
현재 봉주르에는 직원 3명이 주간 시간대를 이용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업에 사용됐던 각종 집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주방이 자리했던 곳에는 한 여성 종업원이 무언가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자식 5명을 모두 키워냈다”며 “충격도 크고 내 살점을 도려내는 기분이라 마음도 무겁다”고 심경을 전했다.
▲ 배짱영업이 이뤄지던 봉주르 내부 곳곳에는 폐쇄 조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내부로 들어서자 빈 테이블만이 업장을 가득 채운 상태였다. 현재 이곳에는 3명의 직원이 낮에 상주하고 있다. 시설물에 대한 분실을 우려한 업주 측의 조치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적막감 속 여전히 의문의 커플 차량들 이어져…기자 발견 후 황급히 몸 숨겨
인기 데이트코스로 각광받는 봉주르를 상대로 제기된 민원은 2년 전부터 집중됐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봉주르가 새벽 늦게까지 영업하면서 고성방가를 일삼는 손님들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등 큰 불편을 겪은 인근 마을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봉주르에서 내 뿜는 조명으로 밝았을 이곳에 일몰이 찾아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곳은 그야말로 칠흑 같았다. 밝은 빛을 내는 전조등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차츰 가까워졌다. 봉주르를 방문하려던 손님으로 추측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40대로 추측되는 한 쌍의 커플들이 내렸다. 폐허로 변해버린 봉주르를 마주한 채 다소 놀란 기색의 이들에게 다가갔다. 기자임을 밝히고 평소 이곳을 자주 찾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황급히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었다. 운전자는 내려진 차창부터 올렸다.
이후 이 같은 차량 행렬은 계속됐다. 평소 봉주르가 얼마나 호황을 누렸을지 짐작하게 했다. 방문하는 이들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앞선 커플에게처럼 다가가 봉주르에 대해서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어디선가 촬영하는 것이 아니냐며 황급히 얼굴과 몸을 숨겼고 화를 내기도 했다.
부부임을 밝히거나 연인사이임을 밝힌 일부 커플들은 폐쇄조치를 모르는 눈치였다. 이들은 평소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과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붐볐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는 “딱 보면 불륜 커플로 보이는 이들도 많았으며 ‘불륜의 메카’로 유명한 곳이다”고 전했다. 앞서 기자를 피했던 이들의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 일몰 후 봉주르는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에 숨어 버렸다. 평소 새벽 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폐쇄사실을 모르는 일부 방문객들이 차량을 타고 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기자임을 밝히고 인터뷰를 위해 다가서자 이들은 황급히 몸을 숨기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앞서 낮에 만난 주민들 역시 불륜 관계의 커플들이 ‘은밀한 연애’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봉주르 인근에서 만난 김성임(68)씨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봉주르가 평소 어떤 곳이었느냐’는 질문에 “상시 불륜으로 의심되는 사회·도덕적으로 부적절한 연인들이 많이 왔던 곳”이라 입을 모았다.
봉주르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봉주르의 폐쇄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주로 인근의 상인들 주장이었다. 봉주르가 성업한 이후부터 속속 생겨나기 시작해 ‘카페촌’을 형성한 이곳 상인들은 폐쇄 후 방문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인근 국도변에서 호빵을 파는 상인은 “봉주르가 사라지면서 지나가는 차들이 1/10 수준으로 줄어 매출에도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봉주르 덕분에 사람들이 몰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법 상 봉주르 인근의 카페촌은 애초부터 어떠한 영업행위도 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개발제한구역·수질보전특별대책1구역 등으로 지정된 이곳은 하천법·농지법·하수도법·국유재산법 등의 다양한 규제로 묶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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