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광주광역시 소재 건물 2층 노래방을 방문했던 박모 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5년 경기도 안산에서도 건물 4층 노래방에서 나와 다툼을 벌이던 20대 남성 이모 씨와 백모 씨가 추락해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일이 빚어졌다. 이들의 추락에는 비상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해당 건물들 비상구가 건물 외벽과 곧바로 연결된 탓에 화장실 또는 출입구로 착각한 이들이 문을 열었다 곧장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현행 소방법이 문제였다. 출입문 반대편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현행 소방법에 따라 탄생한 기형적인 비상구였다. 비상시 해당 문을 열어젖히고 준비된 완강기·사다리 등을 이용해 탈출하도록 만들어진 문이지만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는 출입문 등으로 충분히 오해할만한 구조로 돼 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다. 지난달 30일에도 강원도 춘천시에서 비슷한 일이 또 벌어져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흥업소 내 소방관리 실태와 이에 대한 현행법의 한계점 등을 현장진단했다.
|

▲ 상당수 유흥업소들이 영업허가 후 후속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는 현행법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객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소방시설들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정도였다. 이에 유흥업소 등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으 한 유흥업소 밀집 지역 ⓒ스카이데일리
[강원 춘천=이성은 기자]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한 건물의 외벽은 다른 건물들과 다소 다른 모습을 띠었다. 건물 2층 외벽에 덩그러니 철제문이 설치돼 있었다. 특이하게도 건물 외부에는 2층 외벽에 난 문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조차 없었다. 내부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어떨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소위 말하는 ‘낭떠러지 비상문’이었다.
상상했던 끔찍한 일은 얼마 전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건물 2층에 위치한 노래방을 찾았던 김모(58) 씨가 화장실을 찾다 무심코 벽에 설치된 비상구문을 열어 그대로 바닥에 추락하는 사건이 있었다. 3일 간 사경을 헤매던 그는 결국 사망했다. 비상구 외벽에 비상계단이라도 설치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인재였다.
사고가 난 노래방 업주는 “법대로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 역시 이를 인정했다. 다만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업허가를 받기 위한 형식적인 소방시설을 마련하다 보니 안전은 등한시 했다고 지적했다.
인천 호프집화재참사 계기 관련법 제정…결과는 황천길 ‘비(非)상식 비상구’
사고가 난 노래방 업주는 “외부에서 보기에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부에는 탈출 가능한 사다리가 준비돼 있다”면서 “솔직히 내심 불안해 잠금장치를 따로 마련하거나 문 앞에 물건을 적재할까 고민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돼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비상문은 출입문 반대편에 위치해야 한다. 출입구 쪽에서 화재가 났을 때를 대비한 탈출로인 셈이다. 다중이용업소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로 유흥주점, 단란주점, 일반·휴게음식점, 영화관, 비디오방, PC방, 오락실, 학원, 찜질방, 수면방, 스크린골프장 등이 해당된다.
이 법이 제정된 것은 2002년이다. 앞서 1999년 인천 중구 인현동화재사건이 계기가 됐다. 상가건물 지하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가 건물 2층 호프집과 3층 당구장 등으로 퍼지게 됐고 10대 청소년을 포함한 총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진 사건이다.
당시 지하에서 시작된 불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계단을 따라 점차 건물 위로 번져갔다. 출구를 통한 탈출이 불가한 상황에서 사상자들 대부분이 있지도 않은 비상구·비상계단을 찾아 헤맸다.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규모가 더욱 커졌다. 사건 이후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면서 관련법이 제정됐다.

▲ 사진은 지난달 29일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춘천의 한 노래방 비상문(빨간 테두리)이다. 그동안 취객들이 주로 찾는 유흥업소에서 이 같은 비상구로 인해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왔다. 전문가들은 업주 및 건물주 등이 오로지 영업허가를 받기 위해 이 같은 비상식적인 비상구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업주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춘천의 사례와 같이 건물 외벽을 뚫어 철제문을 단 뒤 완강기·사다리 등을 비치했다. 나름의 비상구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내부구조를 잘 모르는 고객들이 비상구를 출입구·화장실 등으로 오인해 문을 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술을 파는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의 경우에는 특히 더했다.
결국 2004년 복도와 비상구 사이에 ‘완충공간(부속실)’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했다. 여기서 ‘완충공간’이란 비상구 앞에 따로 가로 막는 또 다른 공간이다. 문을 한 번 열고 해당 공간을 통해서만 비상구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마저도 완벽한 대안은 되지 못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4년에 개정된 내용 역시 완벽한 대안은 되지 못했다. 그 후로도 같은 사건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외벽에 비상구를 설치할 경우 비상구와 연결된 건물 외부에 비상계단이 설치돼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다만 외부계단 설치는 번거로운 작업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비상구 설치는 소방법이 적용되지만 외부계단은 건축법이 적용돼 추가로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선 업주·건물주 등은 영업허가와 직결돼 있는 비상구설치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고객 안전을 위한 외부비상계단 설치는 까다로운 절차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안전이 아닌 영업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법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는 배경이다.
특히 사고가 난 노래방을 비롯해 각종 유흥주점 등의 경우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시고 찾는 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 2012년 부산 발생한 이른바 시크노래주점 화재사건은 유흥시설에 대한 화재점검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래주점 내 방 한 곳에서 발생한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9명이 사망한 이 사고는 노래방시설 무단개조, 작동하지 않았던 비상벨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사고를 계기로 소방방재청(현·국민안전처)은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통유리 또는 밀폐형 구조 영업장의 연기 배출구·간이스프링클러설비 설치 의무화 ▲출입구 반대 방향에 위치한 비상문 ▲천장 등 불연재 사용 의무화 등이 추진됐다.
퇴폐안마방, 유흥업소 등 비밀 공간 만들어 불법 영업…“성매매 보다 소방법 위반이 낫다”
▲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강남 일대 단란주점·노래방 중 상당수는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소화기조차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안마방에서는 영업 공간을 숨기기 위해 따로 밀실을 만든 경우도 종종 목격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단란주점 내부(사진 위쪽)와 안마방 내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허술한 측면이 많은 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유흥시설이 많다는 점을 우려했다. 동시에 영업허가만 받고 곧바로 소방시설을 해체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현장의 실태를 파악해 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내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찾았다.
6개의 룸을 갖춘 한 단란주점을 들어가 봤다. 내부에는 노래방기기, 소파, 목재테이블 등이 있었다. 하지만 방 안 어느 곳에서도 소화기나 화재경보기를 볼 순 없었다. 천장에 스프링클러 또한 없었다. 테이블과 소파 역시 내연성능을 갖춘 제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낡아보였다.
내연성능륵 갖추지 않은 일반적인 테이블·소파일 경우 불이 쉽게 붙을뿐더러 불이 붙을 경우 강력한 유독가스를 내뿜게 된다. 특히 룸살롱, 노래주점, 안마시술소, 노래방 등 밀폐된 구조로 돼 있는 다중이용시설들의 경우 한 번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더욱 크다.
일부 퇴폐안마시술소의 경우 밀실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내부 외벽과 같은 디자인의 문을 설치해 겉으로 보기에는 막힌 벽 같이 보였다. 해당 문을 손을 대고 밀면 복도가 이어지고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퇴폐안마시술소가 밀실을 만드는 이유는 내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숨기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단속이 들이닥쳤을 때 시간을 끌어 성매매 관련 증거를 은닉하거나 몸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행태를 벌인다는 게 한 안마방 업주의 설명이다.
안마방 업주는 “단속을 맞았을 경우 결국 비밀문 등은 다 걸리게 돼 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영업면적 축소로 인한 추가 과징금을 무는 것이 성매매 단속보다 낫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매매 흔적을 없애고 시간을 지체하기 위해 이 같은 장치들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영업을 시작할 당시에 우리 역시 소방점검을 받았다”며 “소방점검이 이따금씩 나오긴 하지만 성매매 단속처럼 일시에 급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내부 비밀통로 등에 대해서는 점검하지 않는 까닭에 큰 부담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소형 유흥주점들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상다수 포착됐다. 소형 유흥주점들의 경우 공용면적 포함 100㎡(약 30평)를 초과할 경우 개별소비세(특별소비세)가 부과된다. 업주들은 이 같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 따로 밀실을 마련해 몰래 영업을 이어간다. 자연히 내부 인테리어 과정에서 복잡한 복도식 구조를 띠게 되는데, 이는 화재 발생 시 탈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국민안전처 소방제도과의 김성두 소방위는 “외벽에 비상문을 내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게 업주에 주의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유흥업소들은 각 방마다 소화기 등을 설치해야 하며 업주는 2년에 한 번식 교육을 소방안전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