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병용요법 급여 시작했지만 길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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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08 00:02:30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항암 치료 흐름에 맞춰 다양한 병용요법을 급여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임상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체적인 적용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어떤 약제가 병용 시 급여 대상이 되는지 명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 역시 삭감 가능성 때문에 섣불리 처방하지 못한다. 환자는 기대감을 안고 병원을 찾지만 의료진은 손발이 묶인 채 머뭇거린다.

문제의 핵심은 ‘적용 방법’이다. 기존 급여 인정 항암요법과 다른 항암제를 병용할 경우 기존 항암요법에는 기존 본인 부담을 적용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실제 적용에 필요한 세부 기준에 관한 내용은 비어 있다. 대표적으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아스트라제네카)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하는 경우 둘 중 어느 약제에 급여를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중증(암)질환심의위원인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타그리소의 경우 1차 치료에서 단독요법이 급여인데 병용요법도 같은 선상에서 국내 허가를 받았다. 타그리소와 항암요법 중 어느 것을 급여로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등 추가적인 사례별 접근이 필요하다”며 “원칙상으로는 이달부터 급여안이 적용됐는데 나중에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쓰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현재 항암 급여 체계는 허가사항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어 허가 범위 외 조합에 대해서는 별도의 급여 평가 절차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다수의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사실상 급여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다. 임상의사들은 치료 최적화를 위해 다양한 병용 전략을 설계하지만 급여 인정 불확실성 때문에 실제 적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준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과 유럽은 병용요법을 별도로 평가하고 급여 체계도 병용 전략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이번 병용요법 또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사실상 그 적용 범위가 단일 약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대와 달리 복지부에서 원론적인 내용만 발표해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면 정책도 변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입증된 병용요법은 별도로 급여 심사를 해야 한다. 국내외 학회 권고와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신속히 반영해야 하며 고가의 병용요법에 대해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병용 전략은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이다.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혁신은 멀어지고 환자의 시간은 줄어든다.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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