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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더욱 심해지는 더위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 건 누구나 같다. 우리는 어디에서 재미를 느낄까. 어릴 때는 놀이동산(테마파크)이 천국이었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곳, 그중 가장 긴 줄이 있는 곳이 가장 재미있는 곳이다. 짜릿한 흥분은 예상 가능하면 안 되고, 갑자기 덜미를 잡듯 확 다가와야 한다. 상상을 뒤집는 반전 말이다. 전 세계의 놀이기구는 이 재미를 증폭시키기 위해 고안되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재미를 느끼는 곳이 있다. 변화가 활발한 곳, 희망과 웃음과 보람과 낙심과 놀라움이 항상 공존하는 곳, 바로 자연이다. 특히 농장·정원·숲은 마치 인생 같다. 얼마 전 주말농장을 할 때, 비 오고 나면 상추가 쑥쑥 올라와서 솎아 주느라 신나고, 지인들에게 나눠 주느라 폼 났다. 한 주 건너뛴 탓에 시든 채소들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리기도 했다.
폭설이나 태풍이 온 후 산에 가 보면 우람한 나무들이 가지가 꺾이거나 쓰러지고, 심하면 밑동이 뽑혀 있는 것을 본다. 자연의 섭리 속에 사는 식물들이 안타깝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을 한 텃밭·정원·숲을 상상해 보자. 만약에 정원이 조화로만 꾸며져 있거나 꽃이 맨날 시들지 않는다면 어떨까. 아무 느낌도 재미도 없고 따분해진다.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늘 변화한다. 자신의 환경과 쉴 새 없이 소통한다. 환경에 버티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한다. 그 변화가 바로 재미다.
우리가 지조 없다고 오해하는 갈대는 바닷가에 살면서 그 거센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고 줄기 속을 비워서 산다. 갈대가 환경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저항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갈대는 바람이 오른쪽에서 불면 왼쪽으로 눕고 왼쪽에서 불면 오른쪽으로 눕지만 항상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생명 있는 것들은 이렇게 활발하다.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테마파크 놀이기구에서 느끼는 아찔함은 인류가 대자연 속에서 겪었던 경험과 통한다. 사람들이 후룸라이드를 타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그건 원시시대 들판에서 태풍에 날려 올라갔다가 툭 떨어지는 경험과 맞먹는다.
그래서 생명에는 지루함이 없다. 약동하는 재미만 있을 뿐. 생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앞다투어 ‘바이오필리아’를 말한다. 바이오필리아는 삶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살아있는 것에 이끌리는 능력이며 생명있는 것을 아끼는 마음이다. 에리히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바이오필리아의 사랑”이라고 했다. 생명과 조우하는 사랑, 생명을 키우는 사랑이며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는 태도라고 했다. 또한 그 생명과 살아 있다는 것, 자라난다는 것, 함께 나아가는 것에 대한 깊은 경외와 애정이다.
우리가 곤충이나 꽃과 새, 강아지나 고양이에 끌리는 것은 모두 바이오필리아에 의한 것이다. 그 사랑은 모든 생명의 마음과 삶을 품는다. 상대의 고유한 존재, 내면, 슬픔과 기쁨에 존경과 책임으로 다가간다. 생명은 서로에게 재미를 준다. 재미있으면 아무도 못 말린다. 삶은 재미의 연속이다. 변화하는 것은 재미있다. 그래서 생명이 최고로 재미있다.
생명력이 충만한 계절은 역시 여름이다. 폭우와 뙤약볕의 연속이고, 쨍한 햇빛 속에 소나기가 내린다. 여름은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고 신나고 재미있게 한다. 오븐에서 반죽이 익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듯 우리의 몸과 마음 또한 여름 가마에서 익는다.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바이오필리아가 무르익는 계절이다. 그러니 이 여름을 열렬히 즐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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