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용산공원 산재부지(용산공원 인근에 흩어져 있는 땅) 개발 사업 시행을 앞두고 건물 층고와 관련해 사업 당사자인 국방부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반포대로 남단에서 남산 경관이 확보되는 70m를 고수하는 서울시와 사업성을 높히기 위해 그 보다 높게 짓고자 하는 국방부는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용산구에 위치한 유엔사, 수송사 부근에서 보이는 남산 전경 ⓒ스카이데일리
유엔사, 수송부, 캠프킴 개발보다는 한남 뉴타운 개발이 우선
유엔사와 수송부 등 주요 군사시설물 부근에는 어김없이 의경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이들 의경과 일부 경비병들은 시설물의 이전 사실은 고사하고 시설물의 이름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 있는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들 역시 이곳이 개발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세부 시행에 대한 것은 알려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 거주는 일부 시민들은 수송사가 어디인지 유엔사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용산공원 일원 복합시설조성지구에 초고층 빌딩 건축 개발이 예정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이 지역 주민들은 유엔사와 수송부 등에 들어올 복합시설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오히려 박원순 시장 이후 지지부진해진 강북 뉴타운 재개발에 대해서 관심이 더 많았다.
수송부 인근 용산구 서빙고동에 위치한 A부동산 대표는 “유엔사와 수송부가 개발된다고 해도 우리 같은 중개업자들에게 떨어지는 몫은 없다”며 “이 부근은 전부 국방부 관리 하에 있다고 보면 되는데, 새로 상업지구가 개발된다고 해도 국방부에서 알아서 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 미군 수송사령부 부지(7만9000㎡)는 유엔사령부 부지(5만2000㎡)와 함께 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이 지역을 한남재정비촉진지구의 중심 상업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용산 대우푸르지오 파크타운 인근에 위치한 미군 수송사령부(위)와 한남 뉴타운 1구역 인근에 위치한 주한유엔군사령부 ⓒ스카이데일리
그는 “근처에 있는 아파트도 다 국방부가 지어서 군인들에게 세를 준다”며 “얼마 전에 지어진 동빙고동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군인공제회가 20년간 관사를 운영하며 유지하고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수송사 인근에서 10년째 택시운전업을 하는 기사는 “저곳이 그냥 미군부대라고만 알았지 수송사인지는 기자 양반에게 들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용산 기지가 이전한다는 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저곳(수송사)도 이전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 사람들은 워낙 오랫동안 미군 부대 앞에서 살아서 그런지 기지가 이전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태원동 유엔사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유엔사가 개발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이 아무것도 없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이 지역은 유엔사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한남 뉴타운 재개발이 더 큰 문제다”고 했다.
그는 “유엔사가 개발된다고 해서 한남 뉴타운이 같이 추진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며 “이 지역은 한남 뉴타운 1구역인데, 아직 조합조차 구성되지 않고 있어 이 지역 부동산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했다.
국토부에 의해 초고층 상업지구가 들어설 수도 있는 캠프킴 부지 인근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한 C음식점 대표는 “이 지역 부동산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며 “지하철 연장, 뉴타운 건설, 용산 공원 개발 계획 등은 이미 몇 년 전에 호재로 다 반영이 돼 이 지역 집값을 두 배 이상 올려놓았다”고 했다.
그는 “캠프킴이 개발이 된다고 해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이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다만 새로 만들어지는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D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캠프 킴 부지가 개발돼 복합시설이 들어온다고 해도 주위 시세를 감안한다면 돈 많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많다”며 “일부 언론에서 떠드는 것만큼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용산은 1세기가 넘게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을 가진 도시다. 한국 정부는 지난 130여년 간 이 땅을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내어줘야 했다. 지난 2004년 미군기지 평택이전 협정 비준안이 가결되면서 용산은 외국군대 주둔지라는 오명의 역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 기지는 2016년 완공 예정인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이 확정됐다. 사진은 이전이 확정된 용산 미군 기지 중 일부 ⓒ스카이데일리
용산 산재부지 팔아서 평택기지 이전 비용 마련해야 하는 국방부
용산 미군기지 개발 역사는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용산기지를 포함해 전국의 미군기지를 재배치하는 것에 합의했다. 국회는 2004년 12월 미군기지 평택이전협정 비준안을 가결시켰고, 이후 수많은 공청회와 논란 끝에 2007년 국회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통과됐다.
같은 해 11월 중순부터는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에서 평택 미군부대 착공식과 함께 공사가 시작됐으며, 2011년에는 제7차 용산공원조성추진휘원회 심의를 거처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됐다.
최근 국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입지규제 최소구역’이란 법률을 통과시키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힘을 실어줬다.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될 경우에는 기존의 획일적 입지규제에서 벗어나, 건축물 층수제한, 용적률, 기반시설 설치기준 등이 완화 또는 배제된다.
국토부는 법률이 통과되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캠프킴 일대를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최초 지정해 고밀도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즉, 용산공원 산재부지(용산공원 인근에 흩어져 있는 땅)는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이 되면서 민간자본 유치 등을 통해 지역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지역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국방부는 캠프킴 부지에 용적률 800%를 적용해 최고 높이 218m의 대규모 상업 지구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캠프킴 ⓒ스카이데일리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 법률의 배경에는 지난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방부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체결한 주한 미군시설사업 시행협약이 있다.
LH가 평택기지를 조성해 국방부에 양여하는 대신 국방부는 용산공원이 만들어질 터의 산재부지를 사업비 명목으로 LH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산재부지는 유엔사(5만2000㎡)와 캠프킴(4만8000㎡), 수송부(7만9000㎡) 등 약 18만㎡의 부지로 돼 있다.
협약에 따르면 LH와 국방부는 공동 시행사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3조4000억원을 마련·투입해야 한다. 평택 기지 건설비용 마련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는 국토부에서는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꾸고 용적률 800%를 적용, 최고 높이 218m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 눈치 보는 국방부…‘울며겨자먹기’로 서울시 입장 따르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이재석 공원정책과장은 “현재 용산 미군 부지 토지의 소유권은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공여된 땅이다”며 “이 땅을 미국이 반환하면 소유권은 일단 국방부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는 국토부의 소유가 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땅의 주인은 국방부인데 건축물의 인허가권자는 서울시라서 국방부 마음대로 땅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방부가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박원순 시장이 부임하면서부터 국방부와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시 관계자는 “유엔사·수송부 주변은 주거지역이어서 이를 상업지역으로 바꾸면 주변과의 조화가 깨진다”며 국방부 의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유엔사와 수송부 부지의 최고 높이는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을 바라볼 때의 경관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의 7부 능선이 조망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고 높이인 70m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캠프킴 부지에 들어설 건물에 대해서는 주변 건물의 최고 높이가 130m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조화를 고려해 200m 이상의 건물은 부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생길 수 있는 교통문제 등을 언급하며 국방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 국방부는 평택 기지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해 용산공원 산재부지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변 건물들의 높이가 최고 130m 가량인 점을 감안해 그 정도 수준에서 이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캠프킴 인근 초고층 건물인 대우월드마크와 용산파크자이 ⓒ스카이데일리
국토부 기획총괄과 정송이 사무관은 “국방부와 LH가 복합조성지구의 사업 당사자이다”며 “LH가 사업 조성 계획안을 제출하면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한 뒤, 최종 승인권자인 국토부 장관이 사업을 승인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 기관이란 시행령상 관계되는 모든 국가기관과 서울시, LH 등을 말하는데, 그중 사업 시행과 가장 관련 깊은 서울시와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 등은 모두 협의 중에 있다”며 “현재 언론에서 보도된 것은 모두 추측성 기사이고, 결정된 사항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만약 서울시와 협의가 잘 되지 않아서 기지 이전 비용이 충분히 조달이 되지 않을 경우 공원 조성 예정 부지를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에 대해서 국방부의 입장은 별도로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의 언론 담당자는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미군 부대 이전에 필요한 돈은 약 8조8600억원인데, 이중 3조4000억원을 기부-양여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다”며 “ 현재 이 부분이 서울시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예상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지가 문제시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택 기지 건설 비용이 부족하다고해서 용산공원 부지의 일부를 매각하는 방침은 아직까지 검토된 바가 없다”며 “다만 8조8600억원 중에서 3조4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재원은 다른 지역에 있는 미군 부지를 매각하거나 국가로부터 빌리는 형식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차질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사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주체는 국토부이고, 시행은 LH다. 그러나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할 사항이 많은데, 의견 조율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