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법에 따른 의결권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50%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국내 기업은 계열회사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 합이 2조원 이상일 경우 비금융주력자로 규정돼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 4%를 초과 보유할 수 없게 돼있다. 또 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엄격히 금하고 있는데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은 시중은행 9%, 지방은행 15% 등으로 제한하는 상항이다. 은행법 개정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 까닭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핀테크 활성화’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금융자본보다 IT업계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뜻을 내비치며 규제 완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집단(자산규모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대한 완화는 없을 것이라 못 박은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아래 2개의 인터넷은행 설립인허가가 났고 그 중 하나가 카카오사가 참여한 ‘카카오뱅크’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출자형태를 보면 한국투자금융 50%, 카카오 10%, KB국민은행 10% 등이다. 카카오가 중심이 돼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카카오의 지분이 낮은 까닭은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규제가 완화될 경우 50%에 육박하는 지분확보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최근 발표된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에 핀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천명한 정부가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카카오와 이를 통해 부상하는 ‘카카오뱅크’와 관련된 업계 안팎의 목소리 등을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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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의장이 키를 잡은 후 외형이 급격히 커진 카카오(사진·제주본사)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선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신규 지정된 것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이란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해지는 일종의 규제다. 흔히 이들 기업을 ‘대기업’으로 통칭한다. 하지만 카카오의 대기업 등극으로 인해 국가 시책과는 어긋난 더 큰 규제가 드리워져 카카오의 야심찬 신사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5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으로 선정했다. 공정위는 매년 4월마다 이 같은 기업집단을 발표하는데 여기에 선정된 기업집단을 흔히 일컬어 ‘대기업’이라 칭한다.
자산규모 5조원이 대기업의 기준점인 셈이다. 올 해의 경우 홈플러스와 대성이 대기업에서 제외됐으며 6개의 신규 지정기업이 탄생했다. 이들 6곳은 SH공사,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이다.
대기업 등극 ‘카카오’ 1등 공신 김범수 의장…카카오택시·로엔(멜론) 인수 등 몸집 확장세
이들 신규 대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카카오다. 4월 현재 대기업으로 지정된 65개 기업집단 중 65위를 기록한 카카오의 자산은 5조1000억원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카카오의 자산규모는 4조2000억원이었으나 불과 1년 새 9000억원이나 올랐다.
급격한 자산규모 성장 배경으로는 지난 1월 단행된 로엔 인수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카카오는 ‘음원계의 강자’ 멜론을 보유한 로엔의 지분 76.4%를 인수하는데 무려 1조870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를 단행한 셈이었다.
▲ 자료: 공정위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확장을 가능케 한 인물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꼽히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은 본인 명의로 카카오 지분 20.92%를 보유했다. 또한 본인이 100%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의 지분 16.56%을 확보한 상태다. 그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카카오 지분이 37.48%에 이른다.
김 의장은 국내 IT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한게임(現 NHN엔터테인먼트)을 창업해 NHN공동대표이사였으며 국내 모바일메신저 1위인 ‘카카오톡’ 역시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지난 2014년 카카오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시켜 ‘다음카카오’를 탄생시키고 의장직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사명을 지금의 카카오로 변경시켰다.
스마트폰 보급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톡 출시 후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모바일게임 등을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한데 이어 양대 포털사와의 합병을 거쳐 속속 오프라인 사업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네비게이션 업체 ‘김기사’를 인수한 후 비록 수익모델은 아니지만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개시하며 국내 택시문화에 변화를 이끌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대리운전’이란 수익모델을 발굴해 현재 서비스 준비 중에 있으며 올 초에는 멜론을 보유한 로엔을 인수하며 연예기획·음원유통사까지 사업 폭을 넓힌 상태다.
▲ 당국은 인터넷은행 출범 과정에서부터 기존 금융권이 아닌 IT업계가 주도해야 한다고 줄곧 제기해왔다. 이 같은 정부안에 따라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한 관련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기업은 규제철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카오의 대기업 등극과 함께 논란의 단초가 됐다 ⓒ스카이데일리
‘규제완화’ 기대감 인터넷뱅크 도전장…규제 풀리기 전부터 발목, 대기업 지정에 또 발목
다양한 신사업 중 가장 혁신적인 신사업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카카오의 ‘인터넷은행’ 도전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컨소시엄과 K뱅크컨소시엄 등 총 2곳을 국내 첫 인터넷은행 신규사업자로 선정·발표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중심이 돼 한국투지금융지주, KB국민은행, 넷마블, 로엔(카카오 인수 전), 이베이, 예스24, 우정사업본부, SGI서울보증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관련법 상 금융 외 사업에 주력했던 ‘산업자본’인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카카오는 법정 최고선인 10%의 지분만 우선 확보했다. 이마저도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뿐이다. 이번에 함께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금융자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4%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이름뿐인 카카오뱅크가 탄생한 셈이었다.
인터넷은행 도입 과정에서부터 이 부분은 논란이 됐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핀테크 육성에 나섰던 정부도 이에 공감했다. 특히 정부는 인터넷은행의 주체는 기존 금융권이 아니라 IT업체가 돼야한다며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규제완화 후 추가적인 지분확보에 나설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여당 측에 의해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현재까지 계류 중인 상태다. 오는 13일 치러지게 될 총선 결과에 따라 구성될 20대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진출을 두고 야당 측의 반발이 예상돼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 하더라도 문제점은 남아있다. 이번에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추가 지분확보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발의된 정부안은 대기업집단을 제외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확대를 허용하는 것이다.
▲ 자료: 공정위 ⓒ스카이데일리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 카카오의 인터넷뱅크 진출에 전혀 무관한 법안이 돼버린 것이다. 카카오도 정부도 발의한 여당 측 모두 도입 취지와 다르게 ‘머쓱해진’ 셈이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당초부터 보다 완화 폭이 커야한다고 주장했던 이들이 재차 목소리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여당 중진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보다 규제 확대에 무게를 두자고 주장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 등을 의식한 정부와 당의 판단에 따라 대기업을 제외하는 선에서 발의된 것이다”며 “결국 규제완화보다 카카오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법안 발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의원은 “적어도 인터넷은행을 기존 금융권 외에서 육성하고자 한다면 보다 큰 규모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게 완화 폭을 키운 후 일부 제도적 안정장치를 설정해도 좋았을 것”이라면서 “가령 20대 그룹은 안 된다거나 그룹의 부채비율 및 재무 안정성 등을 기준 삼는 등의 방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의 경우 대기업집단으로 선정된 곳들 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고 전해졌다. 실제 이번에 선정된 65개 기업집단 중 카카오는 26.16%의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55위, 16.66%), 영풍(37위, 20.61%)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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