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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빅3 대형유통사 가습기 살균제 이중행보 논란
155명 사상자 내고…옥시 뒤에서 ‘불매운동 시늉’
155명 사상자 내고…옥시 뒤에서 ‘불매운동 시늉’
사망만 47명 낸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재고 팔며 ‘면피용 행보’ 비판
김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5-16 15:39:18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단상 위에 오른 이는 아타 울라시드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한국 법인장이었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맞으며 그는 담담히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옥시는 이번 가습기살균제의 최대 가해 업체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달 2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피해가족 단체의 임시총회와 이들의 피해 등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총회에서 이들은 ‘옥시’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공헌했고 그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각종 소비자단체들이 주축이 돼 진행되고 있는 이번 불매운동은 지금껏 벌어진 여느 불매운동보다 높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마트 3개사를 비롯해 GS25·CU·세븐일레븐 등 대형 편의점체인에서도 동참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형 유통업체들이 동참한 이번 불매운동의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의 목소리와 이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각 등을 진단해봤다.

 ▲ 대형마트들의 옥시 불매운동이 진행 중이다. 주로 생활용품에 치중한 옥시 제품들의 매입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하지만 잔여 재고품에 대한 판매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옥시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태에서 수요가 감소하는데 맞춰 공급을 끊어놓고 이미지개선 혹은 생색내기에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이마트 광교점의 생활용품 코너 ⓒ스카이데일리

옥시 제품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옥시 불매운동 확산으로 옥시제품 판매량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일까지 2주간 25%의 매출감소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옥시의 대표 상품인 세제 ‘파워크린’과 표백제 ‘옥시크린’은 각각 49%, 25% 감소했다. 이 업체의 추가 집계는 불가한 상황이다. 옥시 관련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경쟁사 쿠팡도 마찬가지로 옥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온라인 유통사들의 판매중단 조치는 오프라인 업체들을 자극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도 현재 옥시 관련 제품의 신규발주를 중단한 상황이다. 편의점도 이 같은 옥시 불매운동에 최근 동참했다.
 
하지만 대다수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기존 매장 보유분에 대한 판매는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불매운동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통사들까지 참여하는 이례적인 불매운동에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발주를 끊었을 뿐 재고는 판매 중”…환경련·가피모 “대기업, 진정성 보여라” 비판
 
지난 13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운동연합은 대형 유통사들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의 불매운동 동참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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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지적한 사항은 불매운동 참여를 밝힌 업체들 중 대다수가 여전히 옥시 제품을 버젓이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기자회견에 앞서 스카이데일리는 수일에 걸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가해 업체들의 상품진열을 살펴봤다.
 
 ▲ 대형마트 매대 직원과 불매운동을 진행 중인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대다수 소비자들이 옥시 제품에 대한 인식이 ‘옥시크린’(사진 오른쪽 아래)으로 한정됐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손세정제·물티슈 브랜드 데톨(사진 왼쪽 위·아래)과 ‘물먹는 하마’ 등을 비롯해 ‘에어윅’(방향제), ‘이지오프뱅’(청소용품), ‘듀렉스’(콘돔), ‘개비스콘’, ‘스트랩실’(이상 의약품) 등도 옥시 제품이다.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홈플러스 북수원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마트 광교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롯데마트 서현점,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등 수도권 대형마트 네 곳과 시내 곳곳의 편의점 등을 방문했다.
 
지난 9일 GS리테일은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고 옥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제품 발주 중단은 물론 매대의 제품도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GS 측의 움직임에 나머지 업계들 역시 ‘동조’할 방침을 속속 내세웠다.
 
실제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시내 곳곳의 편의점에서는 옥시 제품이 매대에서 사라져 있었다. 일부 제품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다수는 철수했거나 철수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대형마트들 역시 불매운동 동참의 뜻을 밝히고 현재 진행 중이다. 다만, ‘구매’는 중단됐지만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매입을 중단한 채 재고 등에 대한 판매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홈플러스 북수원점을 찾았을 때 한 임산부가 여러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는 “임신 후 물티슈 하나를 사더라도 조심스러운데 최근 가습기살균제 이슈가 부각되면서 더욱 물건사기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녀의 카트로 눈길이 갔다. 막 장을 보기 시작했는지 카트에는 방향제와 탈취제 몇 개가 보였다. 그녀는 “옥시 제품들 중 ‘물먹는 하마’와 ‘데톨’을 자주 구매했었지만 불매운동 소식에 다른 제품을 골랐다”고 전했다. 이어 “근데 마트들도 불매운동을 한다는데 왜 여전히 옥시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이웃 매대에는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진열돼 있었다. 한 주부가 ‘파워크린’을 집으려 하자 직원이 가로막았다. 옥시제품이라는 것이었다. 이 직원은 “모르고 물건을 사간 후 가정에서 질타를 받았는지 교환을 위해 재차 방문하는 고객이 있어 서비스차원에서 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별도 지시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마트 광교점과 롯데마트 서현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문한 고객들은 옥시를 거부하고 있었고 마트 측은 옥시를 판매 중이었다. 기자가 관리자 혹은 판매자 등을 찾아 불매운동 중임에도 왜 판매되는지에 대해 질문하면 “입고는 중단됐다”는 설명을 반복할 뿐이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만이 ‘옥시업체의 사회적이슈와 여론으로 동사 상품에 대해 매장 보유분만 판매하오니 많은 양해 바란다’는 내용의 문구를 옥시제품 매대 곳곳에 부착해놨을 뿐이다.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마트에서는 의도치 않은 옥시제품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 대형마트 생활용품 코너에는 여전히 옥시 제품이 판매 중이다. 업체들은 ‘입고’는 중단됐으나 구매해 놓은 재고품에 대한 판매는 계속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의 경우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 의사를 갖고 있음에도 무심결에 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대형마트의 불매운동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실제 일부 고객들은 ‘옥시크린’, ‘옥시싹싹’ 등 옥시라는 문구가 들어간 제품 외 옥시 제품에 대해서 모르는 눈치였다. 물건을 고르거나 카트에 담아둔 이들에게 불매운동 의사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 모두 “사지 않을 생각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에게 해당 제품의 제조사가 옥시임을 전했다. 이들은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특히 ‘물먹는 하마’, ‘데톨’, ‘오투액션’ 등 유명 제품의 제조사가 옥시라는 사실에 이들 역시 놀라는 눈치였다.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환경운동연합 등 단체에 따르면 불매운동 대상의 옥시제품은 총 125종에 이른다. 세탁용품·방향제·탈취제·청소용품·세정제 등이 주 대상이었으며 하나의 브랜드로 세분화 된 전용세제들까지 그 가짓수가 엄청났다.
 
이들은 “불매운동에 동참 여부를 떠나 대국민적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떤 것이 옥시 제품인지 마트 측에서 안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트 측은 불매운동과 관련해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눈치였다. 취재 중 진열된 옥시제품을 촬영하는 기자에게 내부 규정을 운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가로막기도 했으며 인터뷰 중 “다른 마트에서도 취재를 허가하느냐”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왜 옥시만이 불매대상인가”…대형마트 ‘방패막이用 아닌가’ 불매운동 논란
 
이 같은 대형마트의 불완전 불매운동 동참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가해기업으로 분류된 이들이 옥시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여론을 희석하며 동시에 옥시의 뒤에 숨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의 1·2차 피해조사 당시 피해자 530명이 한 번이라도 사용한 제품을 중복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대형마트 3사는 모두 ‘가해기업’으로 분류된다. 롯데마트의 경우 PB상품을 통해 총 61명의 사상자(사망22명)를 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역시 각각 55명(사망15명), 39명(사망10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다.
 
 ▲ 자료: 환경보건시민센터 (사용제품 중복응답) ⓒ스카이데일리

불매운동을 진행 중인 소비자연합 한 관계자는 “이들의 불매운동이 진정성이 없는 까닭은 매입만 중단한 채 재고 물품에 대한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소지가 있는 유통사들이 진정한 사과의미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라면 옥시 제품들을 매대에서 치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불매운동 차원을 떠나 해당 제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옥시 관련 제품의 선택을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통사들의 매입 중단 조치는 사실 상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 만큼 이들이 진행하는 불매운동은 사실 상 이미지 개선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나로마트의 경우 매대 운용방식이 기존 대형마트들과 다소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제품별로 모아놓은 것이 아닌 제조사별로 상품들을 진열해 놓고 해당 제조사 소속 직원들이 홍보활동을 하고 있던 것이다.
 
현재 옥시 매대의 직원은 자리를 비운 상태다. 같은 라인에서 홍보 중인 타업체 직원들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이슈화 된 직후 옥시 매대 담당 직원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의 한 직원은 옥시의 불매운동이 전반적인 생활용품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고객들이 ‘옥시’ 제품의 구매를 꺼리는 것은 물론 일부 고객들의 경우 ‘옥시 외에도 문제가 많다던데’라는 반응과 함께 생활용품 구매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언론에서 ‘옥시 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나머지 업체가 정확이 어디인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며 “일예로 ‘애경’이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가해기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사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 고객은 내가 겪은 바로는 4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 지난달 24일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 임시총회’에서 최예용(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내 아이와 내 아내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현재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은 옥시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카이데일리

인근 직원들과 일선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원들도 그녀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들은 물건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직원임을 떠나서 자신들도 한 가정의 주부고 아이들의 엄마임을 강조하며 더욱 철저히 문제제품이 공개되고 불매운동의 범위가 확장돼야 마음 편히 물건구매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마트 생활용품 매대 관계자는 “고령의 고객들 중 다수는 옥시만이 문제가 있다고 잘못 인식했거나 젊은 고객들 중 대다수 역시 다른 제품도 문제가 있는 줄은 알지만 정확히 어느 회산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이들이 고심 끝에 대체상품으로 손이 가는 업체 중 하나가 바로 애경이다”고 비판했다.
 
애경은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낸 곳이다. 정부의 1·2차 피해조사 당시 12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2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조·유통사들의 사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애경 측의 공식입장은 전무한 상태다.
 
애경그룹의 생활용품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는 애경산업이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 4594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72억원, 16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년대비 633.8%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애경산업의 이 같은 호실적 배경에는 화장품 사업군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8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생활용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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