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왕자표’ 고무신을 생산하던 국제고무공업사에서 시작된 국제상사는 1970년대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며 종합무역상사로 발돋움했다. 그 후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거듭한 국제상사는 수십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 형태를 갖추면서 ‘국제그룹’이라는 대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국제그룹은 한 때 재계 7위까지 올라설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사실상 강제 해체되다 시피 하며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그 중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국제상사는 LS네트웍스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범LG家 기업 중 한 곳인 LS그룹의 주력 계열사이기도 한 LS네트웍스는 전신인 국제상사와 줄곧 신발 산업을 주력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그 과정에서 신발산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아웃도어 시장, 자전거 시장 등에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신규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마저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출시한 일부 브랜드는 이미 철수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올해 초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LS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최대주주인 E1의 구자용 회장이 직접 나섰다. 모회사 오너가 직접 자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가 야심차게 복귀를 선언한 지 약 6개월여가 흘렀다. 그러나 취재 결과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오히려 우려감만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LS네트웍스의 현 상황과 구자용 회장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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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그룹 핵심계열사를 사실상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구자용 E1 회장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LS네트웍스(구·국제상사)의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이례적인 총수급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기존의 기대감이 우려감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LS네트웍스 서울사무소가 입주한 용산LS타워 ⓒ스카이데일리
최근 범LG家 기업 중 한 곳인 E1의 오너 구자용 회장의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올해 초 사업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E1의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직접 나섰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업계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오랫동안 E1의 경영을 도맡았던 구자용 회장은 지난 3월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를 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자회사 살리기에 오너가 직접 나선 것은 책임 경영 측면으로 볼 때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상장기업인 LS네트웍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구 회장 덕분에 부진한 모습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게 일었다.
그러나 구 회장이 복귀한 지 약 6개월 여가 흐른 현재, 기존의 기대감은 우려감으로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오너가 직접 칼을 빼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 회장이 절반 이상 경영을 맡은 올 상반기에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뒷걸음질 했다.
주력 사업 부진에 전체 실적 ‘휘청’…오너 직접 구원투수 나섰지만 효과 ‘글쎄’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LS네트웍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주력 사업인 브랜드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점이 꼽히고 있다. LS네트웍스의 사업 구조는 스포츠 패션, 아웃도어 상품 유통 및 판매 등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 수입자동차 및 자전거 등을 유통·판매 하는 유통사업, 사무실 및 창고 임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임대사업 등 세 가지다.
▲ ⓒ스카이데일리
이 중 브랜드 사업은 전체 매출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브랜드 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60%에 육박했다. LS네트웍스가 보유한 브랜드로는 스포츠브랜드 프로스펙스, 풋웨어(신발류)브랜드 스케쳐스, 아웃도어브랜드 몽벨 등이 있다.
LS네트웍스 전체 매출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 사업은 최근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때 브랜드 사업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80%에 달할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진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들의 분석이다. 브랜드 사업의 매출 감소가 전체 매출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로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실적부진에 시달려 온 LS네트웍스는 급기야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LS네트웍스의 실적(연결)은 △2013년 매출액 7680억원, 영업손실 49억원, 당기순손실 192억원 △2014년 매출액 9481억원, 영업이익 27억원, 당기순이익 7억원 △2015년 매출액 8101억원, 영업손실 684억원, 당기순손실 758억원 등이었다.
구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올 상반기 역시 LS네트웍스의 실적 부진은 계속됐다. 오히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LS네트웍스의 올 상반기 실적(연결)은 매출액 2943억원, 영업손실 74억원, 당기순손실 13억원 등을 각각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4398억원, 영업손실 16억원, 당기순이익 163억원 등이었다.
이에 대해 동종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구자용 회장이 직접 LS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부진한 실적 반응을 꾀했지만 그 마저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구 회장 역시 책임론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로스펙스 ‘옛날 브랜드 이미지’, 스케쳐스 ‘잘 모르는 브랜드’, 몽벨 ‘비싸다’
▲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몽벨, 프로스펙스, 스케쳐스의 일부 매장 직원들은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몽벨, 프로스펙스, 스케쳐스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LS네트웍스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브랜드 사업의 부진은 각 브랜드별 매출 추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LS네트웍스가 보유한 브랜드로는 프로스펙스, 스케처스, 몽벨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 모두 최근 들어 매출액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LS네트웍스에 따르면 LS네트웍스가 운영중인 브랜드의 최근 2년간 실적은 △프로스펙스 2014년 2750억원, 2015년 2300억원, 올 상반기 985억원 △스케처스 2014년 890억원, 2015년 790억원, 올 상반기 360억원 △몽벨 2014년 750억원, 2015년 700억원, 올 상반기 320억원 등을 각각 나타냈다.
LS네트웍스는 자사 주력 브랜드의 실적 부진의 이유로 가계소비 지출 감소, 주변국 경제침체 등으로 인한 글로벌 상사 기업의 사업영역 축소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일선 매장을 찾아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 본 결과 LS네트웍스 브랜드 사업 부진의 이유는 회사 측의 분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백화점 및 쇼핑몰 등에 입점 된 프로스펙스, 스케쳐스, 몽벨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과 매장 직원들 중 상당수는 다소 뒤처진 마케팅과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이용객 김수연(38) 씨는 “스케쳐스는 인기연예인 황정음이 광고에서 입고 등장한 바디슈트만 구매해본 적 있다”며 “프로스펙스의 경우 너무 올드한 이미지라 아예 가볼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브랜드다 전문 스포츠 브랜드라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 자료: LS네트웍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김 씨 외에도 상당수 소비자들로부터 스케쳐스나 프로스펙스는 글로벌 브랜드인 아디다스나 나이키에 비해 선호도가 뒤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이문연(30) 씨는 “평소 아디다스 운동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프로스펙스나 스케쳐스 운동화는 딱히 특장점이 느껴지지 않아 구매할 의향이 없다”며 “이름도 들어만 봤지 매장을 가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이용객 김지호(29) 씨를 비롯한 일부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워킹화의 경우 기능은 괜찮은 편이지만 다른 스포츠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로고와 전체적인 디자인이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모델 선정 문제를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이희진(34) 씨는 “김연아, 강소라 등 건강한 이미지를 가진 스포츠스타나 인기 연예인들이 맡았던 프로스펙스 모델 자리를 중년 여배우 김희애 씨가 꿰찼다”며 “스포츠 브랜드는 특유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발산해야 하는데 모델의 이미지가 그것과는 잘 부합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프로스펙스 매장 직원도 “사실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김희애씨를 모델로 한 건 실수인 것 같다”며 “아직도 일부 손님들은 김연아씨가 모델인 줄 알고 있을 정도로 후속 모델들의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케쳐스 역시 모델 선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한 스케쳐스 매장 직원은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랑 틴탑이 모델이었을 때는 젊은 고객들이 문의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그러나 시스타로 교체하고 나서는 모델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이 매장의 매출 역시 거의 현상만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달부터 한류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모델로 활동한다고 하니 살짝 기대가 되긴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경우 비싼 가격대비 타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아들과 남편 옷을 구매하기 위해 온 이진란(50) 씨는 “몽벨은 소재는 나쁘지 않은데 가격을 염두 했을 때는 그다지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편 역시 가격대가 비슷한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선호하다보니 몽벨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며 “아들은 몽벨이 어디 브랜드인지도 잘 모르더라”고 덧붙였다.
롯데월드몰에 쇼핑을 하러온 김보겸(25)·방현석(26) 씨 역시 몽벨의 비싼 가격대를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은 “몽벨은 가격대가 비싸 세일 기간이 아니면 거의 구매를 안 하는 편이다”며 “간혹 아울렛이 밀집된 곳을 가더라도 디자인과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을 찾아서 구매하지 몽벨이란 브랜드를 찾아서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한 몽벨 매장 직원은 “박보검씨를 모델로 하면서 젊은 층도 종종 찾아 온다”며 “그러나 상반기는 아웃도어 비수기나 다름없어 생각만큼 매출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불만들에 대해 LS네트웍스 관계자는 “모델문제가 아니라 지난해의 경우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며 기존의 시장상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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