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치아는 소화의 첫 단계다. 치아가 부실하면 곧 섭취의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하루 세 번 양치질 습관을 들이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양치가 일반적이 관습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17세기 말 영국에서 칫솔이 개발됐고 19세기 말 전 세계에 속속 보편화되기 시작했지만 현대와 같은 양치습관을 널리 전파한 것은 미군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병역기간동안 미국 병사들이 양치질을 지속하면서 세계대전이 끝나면서부터 습관적 양치질이 점차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치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닦는 곳 중 하나가 됐다. 칫솔과 치약은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직장 등 생활환경 곳곳에 자리 잡은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이 치약이 말썽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출시한 11개 치약제품에서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검출됐다. 해당 원료는 미국과 유럽에서 치약제조 과정에서 일부 허용되는 원료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치약제조 공정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성분이다.
통상 미국과 유럽에서도 허용되는 수준이라면 국민적 안심을 불러 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은 사정이 달랐다. CMIT와 MIT가 바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였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최대 논란거리였던 가습기살균제. 여전히 국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중차대한 사안이다. 임신 중인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맑은 공기를 선사하고자 믿고 구매했던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 중 52%는 옥시제품을 이용했다. 그 뒤를 이어 약 14%의 사망자들이 사용한 제품들이 바로 애경이 출시한 제품들이었다. 논란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피해유발 업체들이 사과와 후속조치에 힘쓸 동안 애경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랬던 애경도 이번 치약논란에 있어서는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28일 애경은 자사의 치약제품들에는 CMIT와 MIT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행여 있을지 모를 매출하락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치약이 생활필수품인 만큼 매출 확대의 기회로 여겼을 수도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응당 취해야 할 자세였다. 하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해당 원료가 들어갔던 애경의 가습기살균제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감에 놀랍기까지 하다.
지난 5월 스카이데일리가 옥시 불매운동 유통실태 취재 중 한 대형마트 점원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옥시만을 기억할 뿐 어느 업체가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옥시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대체상품으로 손이 가는 업체 중 하나가 애경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옥시를 향한 국민적 비판 속에서 오히려 반사이익까지 얻은 가습기살균제 가해업체 애경. 치약논란에 맞춰 보여준 발 빠른 행보가 그 때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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