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N6형 고병원성AI(조류독감)가 확산 일로에 섰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에서 첫 AI 발생농장이 생긴 지 3주 만에 사실상 전국적으로 퍼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4년보다 확산속도가 빨라 사상 최대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2014년에는 100여일에 걸쳐 1400만 마리가 도살돼 가장 큰 AI 피해를 입었다. 이번 AI는 지난번보다 병원성과 전파력이 더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 210개 가금류 농장에서 닭과 오리 810만1000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추가로 25개 농가에서 155만5000마리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최초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25일 만에 살처분 규모는 965만6000마리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주초 1000만마리 살처분이 확실시된다. 특히 전국 닭 사육량(1억5649만마리) 중 21%(3287만마리), 전국 오리 사육량(877만마리)의 3.4%(30만마리)를 사육하는 경기도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양주·포천·이천 등 7개 시·군 21개 농가가 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여주·용인 등 16개 농가에서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스카이데일리가 AI 확진 판정을 받은 포천시 영북면의 양계장 농가를 찾아가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로 가려진 AI 문제의 심각성을 현장 진단했다.
|
▲ 경기 포천시 영북면에 조류독감(AI)가 덮쳤다. 확진 판정을 받거나 살처분이 실시된 농가의 분위기는 침울하고 침통했다. 취재 중 만난 주민들은 “많은 농가들이 평소 방역을 잘한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정부는 그 책임을 농민한테 돌리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사진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한 직원이 경기 포천시에서 살처분이 진행된 농가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금 정신이 없어요. 정부 당국은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고 막막해요”
경기도 내 최대 양계 지역으로 알려진 경기 포천시에 AI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2일 의심신고가 접수된 포천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 시료에서 고병원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후 의심신고가 이어지면서 포천시 영북면 일대 양계 농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8일까지 포천시는 공무원 107명을 포함한 연인원 1087명, 포크레인 24대, 덤프트럭 31대를 투입해 가금류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방역 강화를 위해 살처분이 이뤄지는 농장 주변에는 초소를 설치했다. 이곳으로 오는 인원과 차량 등을 통제하면서 반경 10km 안에 있는 가금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포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15개 농가 120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됐다. 이들 농가의 업주들과 지역 주민들은 “영북면에는 AI가 처음 발생했다”면서 “정부 당국이 지금 제대로 된 정보도 알려주지 않아 피해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AI가 전국적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시·도 상황실이 전하고 있는 수치가 달라 부실한 상황실 운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오늘(12일) 12시까지 포천시 AI 상황실이 파악하고 있는 포천시 확진 농가는 6곳이다. 하지만 같은 시각 기준 경기도 AI 상황실이 파악하고 있는 포천시 확진 농가는 12곳이었다.
경기도는 선제적 조치로 정밀검사 이전에 실시한 간이검사에서 AI 양성판정을 받은 곳을 포함한 수치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1일 기준 도내 AI로 살처분 된 닭·오리가 81만3000여 마리라고 집계했다. 그러나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115만1000여 마리를 살처분 했다고 발표하기도 해 정확한 정보 제공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기 포천 영북면 첫 AI 발생…농가마다 초상집 분위기
기자가 찾아간 포천 영북면 양계장 일대는 방역작업으로 바쁜 모습이었다. 양계장 농가로 향하는 도로에서부터 AI 방역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고 도로가에 소독약을 뿌리는 차량이 돌아다녔다. AI로 인한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자료 : 각 시·도 [도(圖)=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영북면 야미리에 위치한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의 출입로에는 안전바가 내려 가 있었으며 ‘출입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출입로 인근에는 천막 하나가 설치돼 있었다. 농가에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을 제한하는 초소였다.
초소에는 시에서 나온 직원 3~4명이 방역복을 입고 있고 일했다. 이 직원들은 “원래 행정직원인데 긴급한 상황이라 현장 지원을 위해 나왔다”며 “출입로 앞에서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을 할 뿐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직원은 “출입로를 통해 아무도 올라가지 못 한다”며 “우리도 들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이장이라고 소개한 한 주민 A씨는 “매년 가을이나 초겨울이 되면 긴장상태가 된다”며 “현재 이곳 농장도 평소 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입구에서 안개분무식 소독을 하며 철두철미하게 방역을 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농장주는 지금 초상집 분위기”라며 “방역을 잘했음에도 살처분을 하게 돼 농장주가 심신이 지쳐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한 숨을 내쉬었다.
소문만 무성한 발생원인…“제대로 된 예방책 들은 적 없어”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당국으로부터 발생 원인이나 보상금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다. 원인에 대해서 주민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었다.
주민 B씨는 “포천 영북면에 발생한 AI는 한 농가가 외부 인력사무소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다른 지역 양계농가에서 일하다가 이곳에 오면서 벌어졌다거나 영북면에 있는 강포저수지에 가을철마다 철새가 날아오면서 AI가 전파됐다 등의 말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포천시 AI 담당자는 “감염 원인에 대해 중앙 기관에서 현장 시찰 후 역학조사나 감염경로 등을 조사하는 중”이라며 “결론이 금방 나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또 다른 농가는 이미 예방 차원의 살처분을 마쳤다. 하지만 이곳 농장주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외부 인원의 통제와 함께 가금류를 접촉한 농장주에 대한 통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농장주는 식사시간에만 잠시 방역본부 직원이 있는 통제선까지 나온다. 외부에서 친인척이 준비한 식사를 건네받기 위해서다.
이곳 농장주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평소 방역과 예방을 잘한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들은 이야기도 없어 너무 답답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이어 “당국에서 평소 방역을 위해 지원해 준 건 소독액 정도”라며 “당국에 불만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부에서 처음 AI가 일어났을 때 잘 막아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불만이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AI…“사후약방문 아닌 전체 농가 대상 예찰(豫察) 필요”
▲ 주민들 사이에서는 AI 발생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농가가 최선을 다해 막아보려 해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농민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살처분 진행 농장 앞에 쳐진 바리케이드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미비한 방역 대책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농가가 자체적으로 아무리 신경을 써도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평소 당국의 예방책까지 미비해 방역을 농가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세우고 예찰을 실시하면서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며 “이미 여러 예방 시스템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홍보하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는 공기 전파가 아닌 조류의 분변으로 감염이 된다. 사람이나 차량이 분변을 밟고 축사에 들어가면서 AI가 옮겨지기 때문에 사람이 장화만 갈아 신어도 감염될 일이 없다”며 “집에서 청소하듯 기본적인 조치만 취하면 되는데 그런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자신의 재산이고 자신이 지켜야 하는 건데…”라며 당국의 책임을 축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AI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에서도 발생하는 데 농가에서 100% 막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축산 전문가들은 당국의 대책은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책이 아닌 사후 약방문식 대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상시적이고 철저한 예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살처분 보상금 삭감제도 시행…매몰 비용은 여전히 농가 책임
예방 대책 이외에도 보상에 대한 문제를 두고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AI에 대한 보상금은 국비 80%, 지방비 20%로 이뤄져 있다. 현재 경기도가 가추정해 요청한 국비는 도에 배부가 된 상태다.
보상금 평가는 각 시·군의 축산과장을 반장으로 한 평가반에서 한다. 현재 시가 기준으로 잔존가치 등을 평가해 보상금액을 책정한다. 각 시·도가 농가에게 보상금 내용을 전달하면 농가가 따로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보상금은 살처분 직후 우선적으로 50%를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산정 후 지급하게 돼 있다.
농림부 AI 관계자는 “지금 살처분이 진행 중이라 보상금 평가가 바로 되지 않는다”며 “평균 1개월 가량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상으로 평가 후 보상금이 지급되지만 국비 80%가 우선 시·도에 배부되기 때문에 시·도가 가지급금으로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최근 공문을 2번이나 보낸 상황”이라며 “가지급은 시·도에서 줘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최초 AI 발생 농가에 대한 보상금 잠정액으로 약 60억원은 받았지만 추가 발생에 대한 부분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50%를 우선 지급하는 가지급금에 대해서는 “지금은 살처분 농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도를 통해 농림부에 추가금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경기도가 내년 초까지 최대한 빨리 추가로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농장주들은 정부 지시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더라도 매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진은 살처분이 진행 중인 농장 출입로 앞에 설치된 초소(사진 위)와 평소 출입로부터 소독을 실시하며 예방에 힘쓰는 농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농가에서 받는 피해 전체를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보상 기준표에 따라 보상금은 받지만 살처분을 할 때 인력이나 기계 등의 매몰비용은 농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매몰비용을 농가에게 전가하는 상황에서 살처분 보상금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2015년 12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일한 가축사육시설에서 동일한 가축 가축전염병이 최근 2년 이내 연달아 발생할 경우’ 살처분 보상금이 감액된다. 2014년 AI사태때는 정부에서 삭감 없이 살처분 보상금을 줬다. 그러나 2015년 관련법 개정에 따라서 발생 횟수에 따라 보상금을 삭감된다. 횟수에 따른 삭감은 2회 20%, 3회 50%, 4회 80%이며, 의심신고를 늦게 했을 때도 보상금 총액에서 20%를 빼고 소독을 게을리했다면 5%를 더 삭감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러한 보상대책에 대해 “만약 현재 시세로 가격을 다 산정해 주면 방역을 하나마나 100% 다 주게 돼 농가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자체 방역에 소홀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러나 “살처분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방역 당국 측에서 현재 살처분 작업비용은 알 수 없다”며 추후 계산 될 것이란 입장을 보여 농가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