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급식소연대’ 는 고양시에서 시작된 길고양이를 위해 급식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펼치는 단체다. 이들은 최근 사회가 ‘캣맘’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가운데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제대로 운영함으로써 고양이와 고양이돌보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신지윤(왼쪽)·권창규 공동대표 ⓒ스카이데일리
“길고양이를 그냥 ‘불쌍해요’가 아니라 같은 공동체로서, 공존하는 생명체로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 급식소가 그 인식변화의 시작이 될 겁니다”
‘캣맘’은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밥을 챙겨주는 이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캣맘이 고양이 개체수를 늘리는 데 동조한다며 오히려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캣맘 혐오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캣맘을 겨냥한 복수의 일환으로 고양이를 학대하는 등 잔혹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자 인문학자와 만화가가 만났다. 바로 ‘고양이급식소연대’ 권창규(41)·신지윤(39) 공동대표다. 이들은 고양시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만나 ‘고양이급식소연대’를 설립했다. 처음 4명이었던 고양이급식소연대 카페 회원은 현재 236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의 주요 사업은 ‘금손의 집밥’으로 불리는 고양이 급식소 설치와 운영이다. 현재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위치한 불이학교에 1호점을 설치해 운영 중이며 2호점 신청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고양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떳떳하게 밥 주고 싶었다’, 고양이 급식소는 ‘인식 변화’ 시발점
권 대표는 자신을 ‘글 쓰는 사람, 인문학자, 한국 문학 연구자’라고 소개했다. 인문학 교수인 권 대표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활동은 자칫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권 대표는 자신이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인문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조건들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배제되는 것이 동물이에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먹히는 동물(공장식 축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히기 전까지 그들의 생명과 복지는 보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먹힐 거니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신 대표는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동물 만화를 연재한 경험이 있는 만화가다. 그는 고양이급식소연대 대표를 맡고 일을 추진하게 된 기가 막힌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바로 지난해 1월 수강했던 크리에이터(Creator) 수업과 권 대표를 만난 일이었다.
“디자인을 하다 보니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게 습관이 돼 있었지만 성격상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죠. 그런데 ‘도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비용까지 제공해줘 평소 생각했던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해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완성시켜봤습니다”
“성공의 짜릿함을 맛본 후에는 모든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그리고 지난해 8월, 운명처럼 지인을 통해 급식소연대를 준비하시는 권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떳떳하게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권 대표는 고양이 급식소를 기획·제작한 신 대표와 완벽한 필요충분조건이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고양이 급식소의 개념도 일치했다.
▲ 고양이급식소연대에서는 용어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캣맘이 아닌 고양이 돌보미, 길고양이가 아닌 고양이로 부르는 것을 통용화하고 있다. 권 대표는 고양이를 돌보는 입장에서 굳이 성별을 드러내는 단어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사진=고양이급식소연대 공식 카페]
단지 고양이를 돕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급식소를 청결하게 운영해 고양이를 향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목표였다. 때문에 급식소를 설치하는 장소와 두 명의 고양이 돌보미를 선정하는데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
“과거 사람들이 ‘도둑 고양이’라고 불렀던 이유는 쓰레기 봉지를 헤집어 놓고, 지나치게 묘성을 내는 등의 부정적 모습 때문이에요. 이런 문제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잘 먹이고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고 해를 가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돌보미가 급식소를 잘 관리해 고양이들이 안정감을 찾아주면 일부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면 주민들의 긍정적인 인식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양이급식소연대에서는 캣맘이 아닌 고양이 돌보미, 길고양이가 아닌 고양이로 부르는 것을 통용화하고 있다. 이는 권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작은 부분에서도 고양이의 입장에서 바라봤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이를 반영했다.
“현재 캣맘·캣대디를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불필요하게 고양이들을 돌보는 사람의 성별 구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캣맘은 한국에서 ‘소란피운다, 못 말린다, 주책맞다’ 식의 부정적 인식이 많죠. 길고양이와 집고양이는 사는 환경이 다를 뿐 똑같은 고양이에요. 이를 반영해 처음 ‘길고양이급식소연대’에서 ‘길’을 빼고 ‘고양이급식소연대’로 결정했죠”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가장 어려워”…급식소연대 활동영역 확장 고심
현재 고양이급식소연대는 고양시 및 여러 유관기관과 접촉을 시도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양시와는 고양이 급식소 사업에 대해 2차례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고양이 급식소와 관련해 시 차원의 예산이 지급된 적이 없는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사업을 추진하는데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시에서 예산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여기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예산없이 고양이급식소를 설치하기 위해 만났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각자 추렴해 일을 진행하려고 해요. 이런 것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죠”
결국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협동, 배려,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두 공동대표는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나는 활동가다’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람들 개개인은 좋지만 다 욕심과 욕망이 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간에도 알력이 있어요. 우리 사이에서도 들려오는 잡음과 갈등과 같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에요. 이것을 해결해야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죠. 협력에는 자기주장을 우선하기 보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죠. 활동가로서 목표가 분명하다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 고양이급식소연대는 다른 지역에서 급식소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물창고’ 가 되고 싶다고 했다. 처음 연대를 만들 당시 정보가 부족해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모든 정보와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고양이와 관련 해서는 ‘허브’가 되고자 하는 것이 급식소연대의 지향점이다. ⓒ스카이데일리
현재 고양이급식소연대가 운영하는 카페의 모든 자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아이디어 회의 자료부터 타기관 접촉 과정, 필요한 정보, 운영 노하우 등의 정보가 게재된다. 이 또한 권 대표와 신 대표의 열린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지역에서 급식소를 만들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 자료를 다 매뉴얼로 주고 싶어요. 함께 일을 추진하시는 분들께 ‘보물창고’ 역할을 하고 싶어요. 고양이 관련 활동의 ‘허브’가 되고 싶습니다. 비록 저희가 힘들게 쌓아놓은 노하우지만 이를 잘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고양이급식소연대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끊임없이 연대하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두 대표는 소망했다. 특히 이들은 길고양이를 돌봐왔던 청소년을 운영위원으로 영입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급식소 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금손의 집밥’은 조선시대 숙종이 키우는 고양이의 이름 ‘김손’에서 따온 거에요. 그 고양이 처럼 진수성찬의 밥상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죠. 길고양이들이 마냥 부정적인 생활을 한다는 건 사람의 시각입니다. 그들 나름대로 삶의 패턴이 있어요. 고양이를 함께 공존하는 개체로 인식하는 그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현재 고양이급식소연대는 ‘금손의 집밥’ 2호점과 고양이 돌보미 신청을 받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해소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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