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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5만불 비전엔 대기업들이 있다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04 00:11:21
10여년째 2만불대에서 머물던 우리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이 마의 고지가 된 3만불을 드디어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왠지 미덥지 않은 것은 그 이후의 미래가 여전히 어둡다는데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 왔기에 선진국 진입의 상징인 3만불을 올해 말 아니면 내년에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후발국들의 추격과 우리경제의 고질적 정체현상 때문에 과연 3만불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나아가 국민소득 4~5만불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비전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3만불 달성이 왠지 불안을 심화시키는 어정쩡한 이벤트인 느낌마저 든다. 자칫 한국경제는 뒷걸음질 치면 헤어 나오지 못할 중진국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는 샌드위치 신세다.
 
환율 착시에 따른 3만불 돌파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원화 기준 올 국민총소득(GNI) 전망치는 1725조원인데, 이를 지난달 말 평균 환율 1134.3원을 적용해 7월 기준 추계인구 5144만명을 나누면 2만9561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1년간 지속돼 온 환율강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환율강세가 이어지면 올해 안이라도 3만불이 넘어간다. 환율을 1100원으로 계산해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482원이 된다.
 
국민소득 성장에는 물론 경제성장 요인이 감안돼 있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5%는 지난 2010년 2분기의 1.7% 이후 29분기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자신감을 얻었는지 올 한해 성장률 추이를 당초 전망치인 3.0%를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72~-0.36%)를 기록해도 3%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성장 요인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수출이다. 지난 3분기 수출 성장률은 6.1%를 기록해 26분기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 것이 정부소비 성장률인데, 3분기 2.3%는 22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들 상황을 반대로 보면 수출이 여의치 않거나 정부소비가 줄어든다면 언제든지 성장률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것이 국민소득 3만불 수치에 내재한 불안요소들이다.
 
우리가 안심하지 못할 대목은 실질소득 체감률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보면 439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떨어졌다. 더욱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곤두박질 쳐 왔으니 ‘3만불 선진국’이라는 말은 대부분 국민들에게 뜬구름 같은 얘기로 들릴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도 지난 10월 기준 1년 전에 비해 0.1%p 오른 상황인데, 이 역시 10월기준 IMF 직후인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라는 점에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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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표들을 감안하면 3만불은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의 느낌도 갖지 못하게 하는 단지 수치일 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소득 3만불 달성이라는 수치에 오히려 경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수출의 경우만 해도 현재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수출은 국민소득을 낮추는 위기요인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 견인 품목인 화학제품이나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정부 소비 중 건강보험 급여비 증가가 비중 있게 기여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모두 짐을 떠 앉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성장전략 핵심 기둥은 수출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내수,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및 벤처라는 코스닥 육성 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정부지출이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고 후자 역시 일정부분 정부지원을 늘리는 위험을 담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슈퍼예산이라는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하다. 결국 두 가지 정책 모두 위험한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무상복지를 지향하고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지향점을 두고 있어 비생산적인 정부소비의 증가가 우려된다는 것이고, 후자는 거의 투기장으로 변모한 코스닥을 볼 때 알맹이 없는 거품 성장이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3만불 달성을 내실 있게 지키고 나아가 4만불, 5만불 국민소득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밑그림이 그래서 지금 필요하다. 그 설계의 중심에는 확장적 재정운용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데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주도의 성장 메가기둥을 세우는데 국가재정을 선택적으로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4차산업혁명만 해도 단기적으로는 절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소 20~30년을 내다 본 경제말뚝을 새로 박거나 경제신작로를 다시 뚫어야 한다.
 
지금의 대기업들이 그 역할을 전면에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놔야 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를 봐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역차별 규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육성을 도모하는 국가정책이 일상적이다. 우리의 주요 대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여력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 대기업은 경제 기둥인 수출의 첨병이기도 하다. 이들 대기업이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 서도록 길을 활짝 열어준다면 굳이 정부 재정지출이 많아질 이유 또한 없다.
 
전후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전 세계 최빈국 수준인 67불이었다. 가장 가난한 나라의 오명은 10년 뒤인 1964년에도 107불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수출은 1억불을 넘었다고 샴페인을 터뜨리던 때였다. 굶주림이 일상이었던 시절, 수출 자체가 갸륵한 상황이었다. 그 때를 반추해야 한다.
 
박정희 전 정권은 그 당시 우리 국민들 모두 상상 자체를 하기 힘들었던 수십년을 내다본 철강, 조선, 화학, 자동차, 전기, 고속도로, 공항, 항만 등의 경제 메가기둥들을 차례차례 세워나갔다. 지금 정부는 예전 빈국의 자세로 또 하나의 경제혁명을 위해 경제기둥을 앞장서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 자체가 똘똘 뭉쳐 벤처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인 것은 국가가 그리기만 해도 그것을 담당할 능력을 갖춘 벤처형 대기업들이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 기업들은 맨주먹으로 글로벌 가전과 반도체를 초격차로 석권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한국의 대기업들은 화학, 자동차, 조선, 통신 등에서도 세계시장의 기린아로 우뚝 섰다. 주요 대기업들은 국가가 설계를 그린 바탕에서 성장해 온 글로벌 벤처라고 할 만하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척박한 황무지에서 성장한 기업들을 정경유착이라고 비웃기만 하고 도덕적으로 칼만 대서는 안 된다. 국가주도 벤처 그림 자체가 특혜를 그리는 설계도다. 대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4차산업혁명의 글로벌 벤처를 꿈꾸는 전략은 수십년 장기과제다. 대기업들 스스로도 특혜를 받는다고 해도 과거 경제개발 시대처럼 큰 위험을 담보해야 한다.
 
신경제혁명의 화두인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글로벌 고속도로’를 깔 능력을 우리 대기업들은 갖췄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전 세계 4차산업혁명도로를 시공할 능력이 있다. 대기업들은 세계경제를 아우르고 리드할 수 있는 선제적 사업을 벌일 벤처정신과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지만 정작 정부가 이를 막고 서 있다. 최근 상·하원을 통과한 미국의 혁명에 가까운 친기업 세제개혁은 이런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격랑으로 불어 닥칠 것이라는데 J노믹스 정부는 자성과 동시에 공포감으로 응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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