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유독 높다. 삼성그룹 맏형격 계열사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대보다는 우려를 내비치는 여론이 많을 정도다. 삼성그룹이 처한 현재 상황을 ‘폭풍전야(暴風前夜)’로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높은 실적을 발표한 후에는 여지없이 상승했던 삼성전자 주가도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대 실적 발표 후에도 코스피 대장주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맥을 추지 못했다. 12일 종가는 주당 241만원이었다.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종가 대비 2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무려 25조나 떨어졌다.
지난 한 해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다양한 이유가 거론됐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높은 실적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그룹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삼성전자를 향한 외국계 기업들의 맹공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의 왕좌를 위협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푸젠진화반도체(칭화유니그룹) 등은 올 하반기부터 D램 등 반도체 메모리를 쏟아낼 것으로 전해졌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은 연 수십조원의 이익을 안기는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곧 국가 세수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제품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종국에는 한·중 양국이 각 국의 기업을 앞세워 보이지 않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쪽은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등에 업고 맹공을 펼치고 있으나 오히려 다른쪽은 정부로부터 지원은커녕 오히려 외면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자는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 후자는 한국의 삼성전자다. 푸젠진화반도체는 중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자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엄청난 위협 속에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투자 등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주도할 오너가 현재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지만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삼성전자 오너에 씌워진 혐의와 재판 결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분분하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에게 씌워진 뇌물죄의 쟁점은 ‘대가성’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하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지원하는 대가로 정유라의 승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제공 등에 합의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 명확하게 드러난 증거는 사실상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와 한국경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 속에서 도출된 결과였다. 우려감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가 바뀐 후 사회 곳곳에서 한국경제의 위기를 목청껏 울부짖을 때마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에 대한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삼성전자, 아니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지금의 상황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해결할 첫 번째 단추는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는 데 어느 누구 하나 이견이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나아가 대한민국의 운명은 다음달 5일 열리는 재판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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