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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예술과 인생
칙칙한 검정 이불 패션…‘롱 패딩’ 이야기
다양한 컬러·이미지 선진국 되어야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2-03 13:19:45
▲ 김수영 서양화가
밤에 잠 잘 때 덮고 자는 이불이 조선시대에는 나라를 지키는 민초들에게 민방위용품으로 매우 요긴하게 쓰인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병자호란, 임진왜란 같은 외침도 있었고 민란도 자주 일어나 민초들은 수시로 나라에 징집을 당하거나 자진 입대하여 활약했다.
 
경복궁 민속박물관이나 남산 한옥마을의 작은 온돌방에 다소 곧이 개어 놓은 이불을 자세히 살펴보라, 대개의 이불 껍데기와 호청색깔이 검정색이 80~90%이고 나머지 10~20%는 붉은 색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당시 염색물감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가난한 백성들이 민병으로 호출되거나 징집되었을 때, 급히 이불 껍데기와 호청을 뜯어 이마에 질끈 맨 홍두건, 흑두건, 백두건으로 중대를 편성하는데 중요한 색깔 표식이었다.
 
또한 당시, 가정에서 가장 넓은 천이 이불밖에 없었기에 적이 몰려오면 황급히 이불을 뜯어 관군에 가담하거나 반군에 집결하여 들판에서 야숙할 때 덮기도 했고 투석전을 위한 돌 나르는 도구로 쓰였다.  
 
이런 이불이 최근 소위 ‘이불패션’이라 하여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긴‘롱 패딩’으로 유행을 타서 거리마다 ‘롱 패딩’ 천지다. 심지어 밤을 새워 ‘롱 패딩’을 구입하려고 번호표까지 받고 기다렸다는 뉴스를 보면 유행에 목매는 사람들의 열정에 그저 놀랍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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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 의류상이 불경기에 허덕이다 ‘이불 패딩’으로 인하여 조금이나마 매상 올리는데 효과가 있어 좋았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이토록 ‘롱 패딩’이 인기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우선, 패션이란 사람의 몸매를 과시하고 세련된 움직임과 활동을 보여주기 위한 것 일터인데, ‘롱 패딩’의 경우, 말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형상이라 몸매자랑은 커녕 완전히 몸을 뒤집어 씌워 상품포장을 하고 다니는 꼴이다.
 
병약자나 노인의 경우, 롱 패딩이 한겨울 추위에 몸을 보호하는데 요긴하겠지만 싱싱하고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두껍고 아둔한 검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형상은 아무래도 유행치고는 안 어울리고 둔해 보인다. ‘롱 패딩’을 입은 사람을 보면, 사람이 움직이는 건지 골목마다 거리마다 검정이불이 움직이는 건지 모르겠다.
 
1960년대 까지 만해도 어르신들이나 아낙의 겨울 한복에는 솜바지 저고리를 입고 다녔다. 말 그대로 흰 천에 목화솜을 두껍게 깔아 넣고 손바느질로 곱게 만들어 한겨울 영하 20~30도가 되어도 춥지 않게 만들었고 눈길 고갯길을 다녀도 추위를 모를 만큼 방한복으로 그만이었다. 시대가 변하여 오리털이 우리네 겨울옷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겨울 옷 유행에 민감하여 개성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언젠가 영국의 언론이 유행에 사족을 못 쓰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여기저기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들쥐 떼들 같다”라는 표현을 써서 분노를 자아내게 했지만, 아침에 전철로 출근하다보면 열차 내의 80~90% 시민들이 한 결 같이 검은 색 옷을 입고 있다.
 
왜일까? 남과 다른 색깔의 옷을 입으면 “너무 튄다”라는 어설픈 고정관념에 남 보기 부끄럽고 창피한가? 자신의 개성은 어디로 가고 남의 시선에 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옷이나 얼굴이나 생각과 느낌이 남과 같아야만 옳은 일일까? 나는 여기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성형외과에서 샘플로 제시한 규격품 미녀를 본받아 모두가 같은 얼굴로 성형한 규격품 시민들, 무채색으로 도시의 우중충한 건물 색과 너무도 닮은 이불 같은 검은 패딩, 어느 학교 교복 같은 비슷비슷한 패딩으로 겨울 거리는 음침하며 칙칙하다
  
젊은이들이여! 제발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연출하라! 노인이라 해서 화려한 빨간색 의상이 안 되는 것과 남자라 해서 분홍이나 보라색을 입으면 예의에 어긋나고 신사 대접을 받지 못하고 ‘딴따라 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튀는 색깔의 옷을 입으면, “용감하다.” “네가 연예인이냐?”“무슨 영화 찍냐?” “맛이 갔네!”라면서 비꼬거나 흉을 본다면 개성을 모르고 획일화에 길들여진 저급한 아류다.
 
필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 색감에 매우 민감하다. 반드시 명품이 아니라도 조화로운 컬러에다 균형 잡힌 개성의 의상으로 잘 차리고 꾸며 입은 사람들을 보면 다시 한 번 쳐다보며 감동한다. 반드시 값비싼 고급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운치 있고 개성 넘치는 의상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예술적 감각과 패션 센스와 취향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거리의 자동차 색깔도 비슷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거리의 자동차는 거의가 무채색이다. 흰색이나 검정 아니면 은색과 같이 칙칙한 색깔천지다. 시멘트 탑과 같은 빌딩 사이로 검은 아스팔트 위의 자동차들이 똑같은 컬러의 물결을 이루는 것은 세련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에 안 맞다. 세계 수출 5위, 지구상 200여 국가 중 GNP 12위의 선진 코리아의 위상에 맞는 컬러풀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면 어떨까?
 
“불란서 영화처럼”이란 말에 어울리게 유럽이나 미국의 거리 자동차 색깔을 보라.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컬러로 예술과 개성이 굴러다니는 거리다. 수십 가지 컬러로 캔버스를 메우며 미를 창조하는 화가가 보기에는 이런 것이 너무도 아름답다. 다양한 컬러의 예술적으로 비치는 자동차와 거기에 시민들의 입고 있는 옷도 개성 넘치고 다양한 컬러가 물결을 이루면 좋겠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세계 수출 강국 대한민국이 이제는 의상이나 거리 자동차는 물론 생활주변에서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나만의 개성으로 아름답고 멋있는 컬러로 표현하는 이미지 선진국, 컬러 선진국이 되길 바란다.
   
“니들이 개성이 뭔지 알아?”      
“개성(個性)이지 개성(犬性)이 아니야!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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