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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유명무실 서울시 한옥 수선비 지원
서울시 전시행정에 노후한옥 노인들 인권 무너졌다
한옥보전 명분 개발 불가 강요…허울만 좋은 지원책 사실상 유명무실
남승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7 12:13:49
▲ 서울시는 한옥 보전을 위해 위해 한옥 소유주들에게 내·외부 수선비를 보조·융자 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원 대상자들은 해당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지난 3월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융규제에 따라 소득이 없는 주택 소유주는 융자를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스카이데일리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한옥을 보존한다며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유지관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를 향해 한옥 소유주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효성이 부족한 지원이며 오히려 소유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옥 소유주들은 특히 서울시의 융자지원에 문제가 많다는 반응이다. 지난 3월 여신규정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하·DSR)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소득이 없는 한옥 건축주는 융자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소유주 대부분이 은퇴한 무수입의 노인들이라는 점을 주장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있다.
 
고정수입無 은퇴노인 대출 불가…“이게 무슨 지원이냐”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한옥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옥 유지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면수선의 경우 외부공사비용의 2/3 범위 내에서 최고 6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2000만원의 융자를 지원한다. 내부의 경우 최대 융자지원은 4000만원 까지다.
 
서울 종로구 통인·옥인동 북촌지역과 가회·안국동 서촌지역, 인사동, 성북동, 창덕궁, 을지로3가 사이의 돈화문로 일대, 성북구 성북동 등에 조성된 한옥보전구역 등에 대해서는 비용지원 한도액의 50%를 가산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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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의 융자 지원 대부분이 고정수입이 있는 이들에게만 가능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친이 북촌소재 한옥 한 채를 소유 중이라는 김재현(42·남) 씨는 “집을 담보로 수억원을 대출하는 것도 아니고 내·외부 합쳐 최고 6000만원이 한도인데 건축주의 수입에 따라 자격을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서울시의 사업 진정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고 힐난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배현정] [사진=서울한옥포털]
 
실제로 김 씨의 부친은 한옥 내부를 수리하려다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융자가 거절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는 “(부친소유의)우리 집 주변에 연이어 늘어선 세 채의 한옥 모두 소유주가 수입이 없는 은퇴한 노인들이다”면서 “한옥을 보존하겠다며 개발도 못하게 하고 무담보대출도 아닌데 고정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지원도 반려하면 오래된 한옥에서 도대체 어떻게 생활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시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스카이데일리에 전했다. 이곳 관계자는 “부동산투기 방지를 위해 정부차원의 DSR제도 시행 후 융자가 까다로워졌다”며 “일반대출과 동일한 자격으로 융자가 진행된 탓에 어쩔 수 없다”고 언급했다.
 
비싼 한옥공사비 엄두 안 나…“턱도 없는 쥐꼬리 지원금”
 
보조금·융자금 등을 한도액까지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한옥 공사비 자체가 일반적인 공사에 비해 비싼 금액이 소요돼 오히려 본인부담금이 더욱 크다보니 공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한옥 소유주들이 대부분이다.
 
2015년 서울한옥센터가 성북동과 창경궁일대 한옥 건축주 11명을 면담한 결과, 지원신청 의향이 있는 이는 불과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명 중 8명은 지원책은 알고 있으나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당시 상담에 나선 소유주들은 별다른 수선이 필요 없다는 의견과 함께 비용문제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북촌한옥마을운영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거주 중인 한옥에서 대를 이어 50년째 살고 있는데 대수선 견적이 3억5000만원이 나왔다”면서 “목재·기와 등 재료비가 비싸고 특히 북촌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한옥의 증축·신축·개보수 등의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언급했다.
 
▲ 한옥 수유주가 수입이 있어 보조·융자가 지원돼도 절차가 까다롭고 공사비가 많이 들어 한옥을 수리하는 것 자체가 망설여진다는 반응도 상당수 존재했다. 한옥 특성 상 목재·기와 등 재료가 비싸고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있는 북촌의 경우 별도의 허가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스카이데일리 DB]
 
현재 한옥에 거주 중인 북촌 한옥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한옥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지붕 누수다. 이를 막기 위해 천막을 덧씌우거나 땜질을 할 경우 기와지붕이 머금은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서까래·보 등의 연이은 부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처마 목재의 구조보강이 선제돼야 하는데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은퇴한지 15년 됐다는 한옥소유주 안두현(68·남) 씨는 “30년 넘게 살고 있는 집의 창호를 교체하는 데만 1억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는 견적을 받았다”면서 “큰 차량만 지나다녀도 기와가 깨지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를 고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얼마 전 서울시에 등록된 기와 장인이 와서 기와 두 장을 교체하는 데 조수까지 데려오고 기간도 반나절을 잡아 30만원을 그대로 지불했다”며 “기와 두 장 교체하는 것도 이런데 대수선·부분수선은 사실 부르는 게 값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는 안 새니까 그냥 살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옥 수리비 지원을 받기 위해 수선 부분에 해당하는 설계도면을 서울시에 제출해야 하는 점 역시 수리를 망설여지게 하는 부분으로 지목됐다. 설계도 작성 비용이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청 시작 단계부터 주민들이 고스란히 본인 돈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촌 한옥 건축주인 조보근(67·남) 씨는 “얼마 전 지붕에서 빗물이 새서 기와들만 교체하기 위해 지원센터를 찾았는데 설계도를 요구했다”며 “기와만 교체하는 데 대체 설계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서울시에서 추천한 설계도 제작하는 업체에 문의해보니 300~400만원을 요구했다”며 “동네 주민 중 나와 같은 경우를 겪은 사람이 있는데 이 분은 현재 양동이에 새는 빗물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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