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로 점을 치는 고대 풍습이 튀르키예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고 영국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즈베(구리 주전자)에 잘게 간 원두를 끓여 여과 없이 마시기에 찌꺼기가 남는다. 자연스레 커피 찌꺼기로 운세를 점치는 ‘카베 팔리’ 또는 ‘팔’이 발달하게 됐다.
튀르키예의 커피 전통은 술탄 술레이만 시대 하렘(술탄의 여인들 거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성은 공공 커피점 출입이 금지됐으나 팔시(falcı) 즉 점쟁이는 하렘 출입이 허용됐다. 미국에 튀르키예 커피문화 알리기 사업 중인 세시길 화이트에 따르면 이 의식은 최고 권력자 술탄의 여성 취향 등 뉴스와 가십을 거래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500여 년 지난 지금도 튀르키예에서는 여전히 태세그래피(커피찌꺼기나 찻잎·포도주 침전물로 점치기)가 활발하다. 점술가로 일하는 로자 무틀루가 방법을 소개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컵을 세 번 흔들어 받침 접시에 뒤집어 놓고 5분 동안 기다리며 뒤집힌 컵 위에 반지나 동전을 올린다. “내가 무엇이든 내 컵에 담아두세요” 주문을 반복한 뒤 컵을 들어 받침 접시 위 커피 찌꺼기 문양을 읽는다.
예를 들어 커피 찌꺼기가 덩어리를 형성하면 ‘사악한 눈’을 뜻하며 새 모양은 ‘좋은 소식’, 말은 ‘왕자나 공주’, 물고기와 뱀은 각각 ‘행운’ ‘적’을 의미한다. 무틀루는 “단지 기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음영과 모양의 크기, 무엇보다 커피를 마신 사람의 에너지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읽어낸 내용을 과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간관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무틀루는 “친한 친구들이 몇 년 만에 만났을 때 (커피찌꺼기 읽기로) 잡담을 피하고 마음의 문제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었다”며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대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욘카 오구즈 역시 태세그래피가 “또래 여성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라며 “친구 중 한 명이 위기에 처하면 함께 좋은 점술을 찾아 영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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