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한 군사작전(‘기드온의 전차’)을 확대한 가운데 이를 비판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나라가 나타났다. 800년 영국 통치를 벗어나고자 지난한 역사를 거쳐 고소득 국가로 우뚝선 아일랜드다. 27일(현지시간) AFP·로이터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이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착촌에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한 법안 초안을 승인했으며, 외무부 대변인이 “팔레스타인 내 불법 정착촌과의 상품거래 금지”를 “국제법에 따른 의무”로 짚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등이 이스라엘 측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정착촌 건설과 이주가 이뤄진다. 유엔과 유럽연합(EU)에선 이를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해 왔지만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따라서 아일랜드의 이번 조치는 AFP가 논평했듯 “이례적인 일”이다. 법안 초안 마련에 도움을 준 단체 ‘크리스천 에이드 아일랜드’의 코너 오닐은 “EU가 수십년간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면서도 교역을 통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착촌과 아일랜드 간 교역은 과일·채소·목재 등에 국한돼 있다. 교역 규모 역시 2020∼2024년 100만 유로(약 15억5000만 원) 정도로 크지 않다. 이번 조치가 상징적 의미에 가깝다는 뜻이다. 작년 아일랜드·스페인·노르웨이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으며 곧 슬로베니아가 합류했다. 지난달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르면 6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예고했다. “이번 조치는 이런 추세에 이어진 상징적 움직임”이라는 게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의 설명이다.
또한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외무장관이 “다른 유럽 국가들도 함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은 조치지만 휴전 압박을 위해 필요하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영국이 20일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하고 추가 제재를 발표한 상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회원국들이 FTA와 비슷한 역할의 EU-이스라엘 협정을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내각 내 강경론자들 직접 제재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의 해당 법안은 의회 심사를 거쳐 올해 말 상·하원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약 2000년 전 로마 식민지로 연명하던 이스라엘이 저항 끝에 완전히 멸망한 후 기독교문명권에서 천덕꾸러기로 살다 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를 거쳐 결국 옛땅으로 돌아왔다. 그때만 해도 이들은 아랍계 선주민들과 어울려 살길 고대했고 선주민들의 별도 국가 건설도 지지했으나 현지인들에겐 아직 국가 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1947년 5월 이스라엘은 건국과 동시에 주변 아랍국들 공격을 받았으며 세 차례 전쟁을 통해 현재처럼 기형적 ‘국가 속 국가’ 모양새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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