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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령 APT엔 ‘계수남의 밤주막’
대한민국 최고령 APT엔 ‘계수남의 밤주막’
[아파트 대한민국 뿌리<2>]-동대문아파트…반세기 풍상 럭셔리 후 ‘이젠 촬영장’
정성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4-11-26 03:03:45
로케이션 헌터라는 직업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최적의 장소를 섭외하는 사람이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좋은 배경의 선택은 필수적인 일이다. 일례로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룬은 적합한 영화 배경을 찾기 위해 중국의 황산,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호주의 쿠란다 열대우림 등을 다니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영화계도 장소 섭외에 공을 들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스릴러나 공포 영화 제작진들의 경우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을 주로 찾는데,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한 아파트가 있다. 건축연령이 무려 48년이나 된 동대문아파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아파트는 ‘숨바꼭질’에서는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장소로, ‘세븐데이즈’에서는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장소로 등장한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동대문아파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공아파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최초의 아파트는 1964년 완공된 마포아파트이지만 이 아파트는 현재 철거돼 남아있지 않다. 이에 따라 1965년 한국주택공사가 종로구 창신동 328-17번지에 건설한 동대문아파트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공아파트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아파트 대한민국 뿌리’ 시리즈 두 번째로 원로가수 고 계수남의 ‘밤주막’, ‘울리는 백일홍’ 등의 흔적이 들리는 듯한 현존 최고(最古)의 주공아파트인 동대문아파트를 다녀왔다.

 
 
 ▲  대한주택공사는 1967년 종로구 창신동에 동대문아파트를 짓는다. 최초의 주공아파트는 1962년 마포아파트이지만 현재 재건축으로 인해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공아파트는 동대문아파트이다. 이러한 사실은 2002년 대한주택공사가 자체 발간한 ‘도시주택40년’ 자료에도 빠져 있다. 사진은 동대문아파트 ⓒ스카이데일리

동대문아파트는 6호선 동묘역 7번에서 바로 좌측으로 보이는 금호팔레스빌딩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대로인 지봉로 변에 줄지어 선 높은 빌딩 사이에서 6층짜리 동대문아파트는 홀로 낡은 외관을 지녀 한 눈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아파트에는 자가 소유 거주자보다는 세입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집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인, 네팔인 등 외국인의 주거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동대문아파트 한 호실의 매매가는 보통 2억원, 전세는 5000만원 선이고, 월세의 경우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라는 별칭 붙어
 
이 아파트는 동대문아파트라는 정식 이름 외에 연예인이 많이 산다고 해서 ‘연예인아파트’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배우 백일섭씨, 가수 박건과 故 계수남 등이 과거 이 아파트의 입주민이었다.
 
특히 1980~90년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故 이주일씨가 잠깐 살았다고 해서 ‘이주일아파트’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동대문아파트 관리실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이씨가 이곳에 살았다는 얘기는 근거 없는 뜬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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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대문아파트에는 이색풍경이 있다. 이 아파트는 ‘충정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건물 가운데를 비워둔 중정형식이다. 건물 가운데의 빈 공간에 도르래를 설치해 빨래를 널고 있다. 이런 낯선 풍경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공동주택가에서 봤음직한 모습이다. 사진은 동대문아파트 내부 ⓒ스카이데일리

이 관계자는 2004년 작고한 계씨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계씨를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며 “나름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양반이라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과거 고급아파트…아직도 연탄보일러 사용하는 세대 남아있어
 
동대문아파트는 지어질 당시만 해도 고급아파트의 상징이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사라지고, 아직도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세대가 있을 만큼 노쇠한 아파트가 됐다.
 
대부분 세대들이 연탄아궁이를 메우고 가스 혹은 기름보일러로 바꾼 상태였고, 연탄창고였던 곳은 일반창고로 활용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두 가구에서는 연탄보일러를 때고 있었다.
 
연탄보일러가 남아있는 한 가구를 살펴보니 월동준비를 위해 연탄을 많이 들여 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연탄과 부지깽이를 보는 순간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동대문아파트에서는 연탄보일러 말고도 또 다른 이색풍경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아파트는 ‘아파트 대한민국 뿌리’ 시리즈 첫 번째로 소개했던 ‘충정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건물 가운데가 사각형으로 뚫려있는 중정형식이다. 이런 구조를 지닌 까닭에 입주민들은 이 빈 공간에 수십 여 개의 도르래를 설치해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시 미래유산 아파트 선정…옛 통합계량기에 불화 초래 수도세
 
동대문아파트는 서울시로부터 미래유산 아파트로 선정될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아파트의 역사는 입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애로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1993년에 조속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하는 위험시설물 ‘C등급’을 받고 보강공사에 들어가 현재는 간단한 보수정비가 필요한 수준인 ‘B등급’이 됐다.
 
B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안전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생활 여건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비가 오면 집집마다 물이 세고, 건물 외벽과 바닥에는 균열이 생기는 등 실생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 동대문아파트에는 아직까지 연탄을 사용하는 2세대가 남아있다. 오늘날 아파트에는 찾아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동대문아파트에는 과거에 시간이 멈춰 있는 모습이다. 위 사진 중 냉장고 위쪽에 튀어 나온 부분은 과거 아궁이로 사용됐던 부분이다. 사진은 동대문아파트 ⓒ스카이데일리

안전보다 주민들을 더 속 썩이는 것은 수도세였다. 보통 아파트나 개인 주택은 각 세대마다 수도 계량기가 따로 설치돼 있어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낸다. 반면 상가 건물이나 대형 빌딩처럼 통합 계량기를 사용하는 곳은 평수에 비례해 수도세를 관리비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대문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각 세대마다 수도 계량기가 설치돼 있지 않고, 아파트 평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사람 수에 비례해서 수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요금을 덜 내기 위해 사람 수를 속이는 세대가 있는 실정이다.
 
이곳에 사는 세입자들 대부분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서 이사 갈 때 관리비를 내지 않고 가는 세입자가 많아 수도세 미납문제는 항상 주민들에게는 골칫덩어리다. 지난해 6월에는 요금이 미납돼 1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전체가 단수되기도 했다. 서울시 중부수도사업소 요금과에 문의해보니 지난 19일까지 미납된 수도요금만 약 316만원에 달했다.
 
한 주민은 “돈 적게 내려고 있는 가족 수를 속이는 집이 더러 있다”며 “잠시 잠깐 살다가 떠나가는 가구도 부지기수여서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대문아파트는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주공아파트이지만, 이 건물을 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조차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조사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대한주택공사)가 2002년 자체 발간한 ‘도시주택 40년’ 자료에는 ‘마포아파트’, ‘한강아파트’는 언급돼 있었으나 동대문아파트는 내용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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