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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은 산문·시·단편 중 ‘숲’을 테마로 새롭게 엮은 선집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여러 지역을 열정적으로 돌아다닌 도보 여행자의 산책과 방랑은 숲에 이르러 미묘한 숨결에 사로잡힌다.
그가 글에 새겨 넣은 것은 겨울 설경 속 찬란하게 숲을 장식하는 서리 낀 숲과 초록이 지배하고 명령을 내리는 여름의 숲, 머뭇거리는 질문 같은 봄의 숲이다.
한 아이가 벤치 위에 남긴 전나무 가지와 손수건, 작은 모자는 무한하게 변주들로 되면서도 영구적인 숲의 세월 속에 우리를 머물게 한다.
“신실한 전나무들 사이에 몸을 숨긴 이 바위는 과거의 비유이자 영원한 불변성의 표현이자 상상할 수 없는 지구의 나이에 대한 증거다.”
저자에게 숲은 은유의 장이자 선명한 감각이 열리는 세계다. 숲의 흙은 양탄자가 되고 숲의 목소리는 사랑의 속삭임이 되며 땅은 밟히는 감각 그 자체가 된다.
그는 지붕 밑을 걷듯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밑을 걷다가 대도시의 먼지가 나무에서 깊은 광채를 앗아가는 모습을 슬프게 바라본다
저자는 이렇게 계절과 빛, 감정의 미묘한 결을 자연의 움직임에 겹쳐 비유한다. 그의 문장은 풍경 속에 감정을 스며들게 하고 감정을 통해 풍경을 새로 보게 한다.
그가 숲을 바라보는 시선은 때로 철학자의 것이지만 그걸 옮겨 쓰는 손은 언제나 시인의 것이다. 책은 자연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과 맞닿아 있는지, 숲과 인간 사이에서 문학이 어떤 숨결을 얻는지 숲의 가장 내밀한 곳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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