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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관세 협상이 외환시장 안정 대책과 투자 구조를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불안 완화를 위해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안했으나, 미국 측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 재무부와 우리 사이에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통화스와프 진전이 없다”며 “우리가 제안한 바는 있지만, 미국 측에서 잘 작동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통화스와프는 협상 타결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또 다른 충분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그 부분에서 진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제1의 취재원은 아니고 2선에 있는 입장이라 세부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은 다 업데이트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통화스와프란 두 나라가 현재 환율로 자국 통화를 교환한 뒤, 특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한 환율로 다시 원금을 되돌리는 계약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스와프를 ‘안정장치’로 제안했다.
한미 양국은 7월 구두로 협상 기본 틀에 합의했지만, 이후 문서화 과정에서 3500억 달러 투자 방식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현금 위주의 직접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대출과 보증 중심의 간접투자 구조가 합리적이라고 본다. 외환보유액과 GDP 규모, 국내 금융시장 유동성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다.
위 실장은 “미국 측이 입장을 밝혔고 우리도 할 수 있는 한도와 범위를 명확히 밝혔다”며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예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재무부가 통화스와프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그건 연방준비제도(Fed)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것”이라고 언급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막판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현지에서 협상팀을 이끌고 있다.
김 장관은 인천공항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내용은 협상 중이라 공개하긴 어렵지만, 외환시장 관련 오해나 인식 차이는 상당 부분 좁혀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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