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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10년 전 창간 4주년 특집으로 선보였던 대한민국 부의 지도를 다시 펼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리가 그동안 얻은 것,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5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소니를 제치고 애플을 넘어 삼성그룹은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끌어올려 준 이 땅의 큰 별이 진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이 엄청난 위업을 이룬 배경엔 ‘디자인’에 대한 그의 전략적 집중이 있었다. 설계 구조로부터 실물 구현에 이르는 전 과정 속 디테일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짚어낸 그 안목과 담대한 추진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스쿨 ‘사디(SADI·Samsung Art&Design Institute)’를 설립한 것도 이 전 회장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에 더해 관세 문제까지 덮친 경제위기 속에 보물과도 같았던 그 특별한 거인이 아쉽고 그리운 요즈음이다. ‘디자인의 힘’을 역설한 이건희 회장의 창의적 유전자를 이어받은 삼성가의 둘째 딸, 약 5년 만에 복귀한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 담당 사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엔 그가 이끄는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매장을 중심으로 한남동 꼼데가르송길과 강남 가로수길로 걸음을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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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랜드마크 삼성 ‘종로타워빌딩’
종로1가 사거리의 보신각 맞은편엔 3개의 기둥이 비행접시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특이한 외관으로 멀리서도 금세 눈에 띄는 빌딩이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지은 이 건물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에서 시공을 맡아 약 11년 만에 완공했는데 이후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현재 SK그룹의 자산관리 계열사인 SK리츠가 소유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 건물을 삼성의 ‘종로타워’로 기억한다.
종로타워에서 광화문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세종대로에 삼성그룹 태평로 사옥(삼성본관)이 있다. 지하 4층∼지상 26층, 대지 6595㎡(약 1998평), 연면적 약 8만3640㎡(약 2만5345평) 규모의 이 건물은 옛 주조청이 있던 자리로 터가 좋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본사 건물을 지을 자리로 직접 고른 땅이라고 한다.
이후 삼성그룹 본사와 계열사들이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이전하며 삼성생명이 이 건물의 주인이 되었지만 2023년 삼성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이 건물로 돌아와 삼성본관의 위상을 되찾게 됐다.
삼성물산 패션·건설 부문… 이서현의 미학
미국 명문 예술대학인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세련된 미학을 구현해 온 보기 드문 경영자다.
리움미술관의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음은 물론, 삼성물산의 패션 부문과 함께 조경 등의 분야에서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를 싹쓸이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쓸며 해외 수주는 물론 주택사업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설 부문의 총괄 지휘자이기도 하다.
기업이나 그 기업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엔 경영자의 철학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매장 등에선 절제된 호흡과 세련됨에서 배어 나오는 기품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그것이 이 사장이 지향하는 미학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건희의 SADI, 이서현의 SFDF
“한국에 글로벌 브랜드와 글로벌 디자이너가 아직 없다는 것이 정말 속상하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에 통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이서현 사장이 예전 패션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그는 2005년 신진 패션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Samsung Fashion&Design Fund)’를 만들어 세계적 수준의 디자이너들을 키워내고 있다.
이서현 사장의 SFDF는 “디자인이 앞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학벌에 좌우되지 않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뜻으로 만들어진 ‘삼성디자인교육원(SADI·Samsung Art&Design Institute)’과 함께 우리의 산업 경쟁력에 디자인의 힘을 더하는 든든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남동 꼼데가르송길 부근은 ‘삼성 마을’
삼성물산은 빈폴·구호·르베이지·에잇세컨즈·준지·비이커오리지널 등 국내 개발 브랜드, 꼼데가르송·메종 키츠네·띠어리·아미 등 해외 수입 브랜드, 비이커·10꼬르소꼬모 편집숍 등 다양한 패션 관련 브랜드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주로 한남동과 강남 가로수길, 청담동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나같이 세련된 외관과 내부 디자인, 디스플레이 등으로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최근엔 성수동에서도 연이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남동엔 꼼데가르송길을 중심으로 삼성가와 삼성그룹 소유의 주택과 건물, 매장이 몰려 있어 거의 ‘삼성 마을’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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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 꼼데가르송길. 꼼데가르송 한남 플래그십스토어를 시작으로 무신사, 구호, 띠어리 등의 매장이 차례로 들어서 있고 맞은편엔 1층에 포르셰매장이 있는 배우 장동건의 건물이 있다.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한남동에서 놀자!”… 리움미술관, 꼼데가르송길
2010년 이서현 당시 제일모직 부사장이 일본의 세계적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을 국내에 들여와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이후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중간 지점의 제일기획에 이르는 거리에 꼼데가르송 매장을 기점으로 대로변을 따라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매장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또한 그 뒤쪽으로 편집숍과 카페 등이 들어서며 ‘꼼데가르송길’이라 불리는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 길은 위쪽으로 리움미술관으로 이어져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데, 꼼데가르송길은 꼼데가르송이라는 아방가르드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단독매장을 꾸린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심미안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패션과 순수예술의 어울림… 소비문화의 고급화
꼼데가르송길을 중심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복지재단 등 삼성그룹 계열 기업과 기관, 오너 일가는 이곳에 20채가 넘는 건물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삼성문화재단에서 만든 리움미술관이 있다.
리움미술관은 한국 고미술 중심의 제1전시관(Museum 1)과 근현대 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제2전시관(M2),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 더해 그라운드 갤러리(야외전시장)까지 합하면 대지 8077㎡(약 2400평), 연면적 2만8321㎡(약 8500평)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리움미술관에서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모퉁이에 페이스갤러리가 있는 르베이지빌딩이 있고,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꼼데가르송 한남 플래그십스토어가 있다.
꼼데가르송 매장을 기점으로 무신사·구호·띠어리 등의 패션 브랜드 매장이 차례로 들어서 있는데 이 중 무신사 매장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은 모두 삼성물산에서 갖고 있다. 무신사 건물 또한 삼성물산의 소유였으나 2020년 7월 매각했다. 구호는 삼성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별관 건물, 띠어리 매장은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 건물에 입점해 있다.
이들 매장 앞 큰길 건너편엔 한남동 카페거리가 있어 꼼데가르송길을 중심으로 고급 소비문화의 장(場)이 열리고 있다.

강남 가로수길에서 만나는 이서현의 감성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이서현 사장 주도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20·30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감성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매장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가로수길 매장들은 건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전세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신사중학교 앞 교차로를 건너 가로수길로 들어서면 먼저 해외브랜드 멀티샵인 10꼬르소꼬모 마가찌니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은 다양한 해외명품을 부담없는 가격에 판매하는 아울렛 매장인데 최근 할인율 최고 85%의 창고 세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어서 프랑스 브랜드인 아미, 유럽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입구와 중정을 지나 패션 매장과 카페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의 메종키츠네 건물, 그리고 삼성물산 자체 개발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 건물이 보인다.
이들 매장을 점찍어 선으로 이으면 그 선이 그대로 가로수길이 되고 그 길엔 우리나라 디자인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서현 사장의 열정과 진솔한 마음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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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세대를 겨냥한 가로수길 삼성물산 패션브랜드 매장들. 10꼬르소꼬모 마가찌니를 시작으로 아미, 메종키츠네, 에잇세컨즈 등의 매장들이 삼성물산 패션패션길을 만들고 있다.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성수동엔 알록달록 팝업 매장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가장 힙한 장소로 떠오른 장소 중 하나가 성수동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이곳에 직접 매장 건물을 짓기보다 주로 팝업스토어 형태의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간을 보는 중이다. 2018년을 정점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며 기세를 올리던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이후 영업수익 부진 등으로 이서현 대표가 물러나며 몇 개 수입 브랜드는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 만큼 좀 더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다.
최근 자체 개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와 협업해 새로운 라인업을 구성해 10월 말 출시, 11월에는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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