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혜 지오영 회장은 국내 의약품 유통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자수성가형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지방공사 인천병원 약제과장으로 일하던 그는 2002년 지오영을 이희구 명예회장과 공동 창립하며 의약품 유통의 새 역사를 썼다. 앞서 1991년 30대 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창약품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가 됐다. 성창약품은 이 명예회장이 1988년 설립한 병원 의약품 납품업체다.
지오영 창립 당시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은 영세하고 비효율적인 구조였다. 조선혜 회장은 이러한 관행을 깨고 ‘영업과 물류 분리 및 전문화’ ‘업계 최초 1일 2배송 시스템 도입’ 등의 혁신을 단행했다. 특히 전국 도매상들을 통합·흡수하며 전국구 물류망을 구축하고, 2007년에는 인천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등 물류 혁신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당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했던 이 결정은 지오영이 초고속 성장을 이루는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다. 현재는 전국 50여개 물류 거점을 기반으로 한 유통망으로 물류 서비스 전문화를 구현하고 있다.
조 회장의 혁신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지오영은 2011년 연결기준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2016년 2조 원, 2020년 3조8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하면서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 1위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조 회장은 올해 8월1일 지오영 창립 23주년 기념식에서 “2024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 4조 6707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3년 연속 4조 원을 돌파하며 지오영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경제가 고금리·관세·공급망 불안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익숙한 과거의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며 “눈앞의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전환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대응이 아닌 근본을 바꾸는 ‘담대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14년 포브스아시아가 발표한 ‘2014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에 선정된 데 이어, 2022년에는 포브스코리아의 ‘2022 파워 여성 CEO 50’ 자수성가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통찰력
지오영은 현재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3PL(3자 물류)·4PL(4자 물류) 서비스 고도화, 다국적 제약사와의 의약품 공동 마케팅 성공적 안착, 인천 스마트 허브 센터 완공, 방사성의약품 관계사 듀켐바이오의 코스닥 이전상장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시장에 입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로도 유명하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이들이 부동산 투자로 몸집을 불릴 때, 그는 부동산 투자 대신 은행 저축을 고수해 금리와 환율 덕을 보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지켜냈던 일화는 그의 신중하면서도 원칙에 충실한 경영 철학을 보여준다.
깐깐한 ‘원칙 경영’에 감복한 골드만삭스
지오영은 성장 과정에서 외부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09년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PEF)인 골드만삭스PIA가 최초로 지분투자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46%를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큰 변화는 2019년에 있었다. 당시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지오영 지분을 인수했는데, 당시 거래 규모는 1조 원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은 지주회사 격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를 통해 지오영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2007년, 지오영이 막 성장 궤도에 오를 무렵 골드만삭스가 먼저 투자를 제안하며 찾아온 것은 업계에 유명한 일화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외부 투자를 받은 적이 없었던 조 회장은 골드만삭스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회사가 얼마나 투명한지 한번 테스트해 보라”는 취지로 실사를 허용했다. 결과는 골드만삭스가 지오영의 투명한 회계 및 재무 구조와 물류 혁신에 대한 의지에 감복하며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 회장이 ‘기본과 원칙’을 최우선으로 삼아 사업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통업에 전념…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 뒀다”
조 회장은 과거 “유통업에 뛰어들면서부터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의 주된 부동산 소유 현황은 회사의 사옥과 연관되어 있다. 조 회장은 지오영 공동 창업자인 이희구 명예회장과 함께 지오영 본사 사옥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 ‘성산빌딩’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성산빌딩은 지상 7층·지하 3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와 별도로 성산빌딩 별관이 있다. 별관 역시 지 회장과 이 명예회장의 소유로 2004년 6월 매입됐다. 별관은 2층과 옥탑1층의 구조다. 현재 시세는 본사 건물은 349억 원, 별관은 54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지오영 본사에는 병원 구매대행 업체 케어캠프 등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으며, 계열사들이 매년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조 회장이 2004년 6월부터 이곳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그룹의 핵심 사옥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등기부에 의하면 2023년 증축됐다. 정확한 매입 당시 가격과 최신 시세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1년 기준 지오영과 케어캠프 등 입주 계열사들이 내는 연 임차료만 합해도 18억 원에 달하는 핵심 자산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회사 경영권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글로벌 사모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대담한 금융 행보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는 과도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사옥 보유에 집중해 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앞서 언급된 외환위기 당시 부동산 투자 대신 저축을 택했던 그의 신중한 자산 관리 철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입지적 장점에 개발 호재 기대 높은 연희동
조 회장이 사옥을 공동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는 전통적인 부촌이자 대학가와 인접한 특성을 모두 가진 지역이다. 연희동은 고급 주택가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으면서도 최근 몇 년간 연남동, 신촌 등 인근 지역 상권의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주거 및 상업 중심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연희동은 연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등 명문 대학가와 가깝고, 홍제천, 안산도시자연공원 등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내부순환로 접근성이 좋아 서울 도심 및 강남권으로의 이동이 비교적 편리하다는 입지적 특징이 있다.
연희동 일대 부동산 시장 현황을 보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는 고급 단독주택과 빌라가 주를 이루는 지역으로, 주거 가치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인근 연남동의 상권 확장과 연희·연남 재정비촉진지구 개발 계획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상업적 가치 상승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성산빌딩이 위치한 성산로 일대는 연희동의 주요 도로변에 위치하여 교통 접근성이 우수하고, 향후 서부선 경전철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될 경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