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형제 독립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 부회장은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3남으로, 지난 7월 신설 지주사인 HS효성을 출범시키며 사실상의 독립 선언을 마쳤다. 그러나 최근 그를 둘러싸고 개인회사를 활용한 ‘비공식 배당’ 및 ‘사금고화’ 논란이 불거지며 독립 경영의 첫걸음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HS효성은 올해 7월 인적 분할을 통해 효성그룹에서 독립하며 ‘조현상호(號)’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필두로 모빌리티와 IT 솔루션 분야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 부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개인회사 에이에스씨(ASC)의 존재가 지배구조 재편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ASC는 벤츠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 등을 거느린 알짜 기업으로, 지주사 체제 밖에서 조 부회장의 개인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다.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기존 효성 지분을 매각하고 HS효성홀딩스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승계 및 지분 매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ASC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한 자회사 지분 추가 확보 등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터져 나온 이번 ‘500억 원대 자금 이동’ 관련 논란은, 단순한 절세를 넘어 그룹의 핵심 자산이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추겼다. 이러한 경영권 강화 시나리오와 맞물린 자금 흐름의 불투명성에 더해 최근 포털에서는 관련 기사의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으로 인해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라지는 기사들, 그리고 ‘512억 대여금’의 미스터리

최근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는 기묘한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HS효성 조현상 부회장과 ASC를 둘러싼 의혹을 다룬 기사들이 검색 결과에는 나타나지만, 정작 링크를 클릭하면 삭제되었거나 접근이 차단된 상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L사의 기사 “HS효성 조현상, 개인회사 ASC에 512억 대여…오너일가 사금고 논란 재점화”, P사의 “HS효성 조현상, 개인회사 ASC에 512억 대여…막대한 세금 회피 의도?”, B사 “HS효성 조현상, 개인회사에 512억 대여…‘배당금 채권전환’ 절세 의혹” 등의 기사가 검색되지 않았다. 대신 링크를 클릭했을 때 “기사번호가 누락되어 있거나 잘못된 접근입니다” “관리자가 검토중인 기사입니다. 잠시 후 이용해 주세요” 등의 메시지만을 남긴 채 기사는 자취를 감췄다.
이와 관련해 HS효성에 문의했으나 “‘센터에서 이런 이유로는 연락하지 말라’고 본사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연결해줄 수 없다”며 담당자 연결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답변이었다.
논란의 핵심은 비상장 개인회사 ASC에 실행한 512억 원 규모의 장기 대여다. ASC는 지난 1일, 조 부회장과 차입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미지급 배당금을 대여금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재계와 세무 전문가들은 이를 ‘배당소득세 회피’ 수단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행법상 500억 원의 배당을 받을 경우 최고세율 49.5%가 적용되어 약 25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대여금’으로 처리하면 세금 부담은 사라지고, 이자 수익을 합법적으로 챙길 수도 있다.
HS효성의 ‘상반된 성적표’
조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의 실적은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주사인 HS효성홀딩스의 경우, 2025년 3분기 잠정 실적 기준 매출액 4087억 원, 영업이익 126.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4540억 원, 영업이익 94.5억 원) 대비 매출은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약 33.8% 증가하며 내실을 다진 모습이다.
반면 HS효성의 핵심 축인 HS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010억 원, 영업이익 1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0% 이상 급감했다.
지주사는 배당·수수료 중심의 안정적 수익 구조인 반면, 주력 계열사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제조업 특성상 글로벌 업황 둔화의 충격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 부회장으로서는 개인회사 논란을 잠재우는 것만큼이나 주력 사업의 실적 회복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캐나다 대사관저에서 리더의 안식처가 된 성북동 자택
조현상 부회장은 대한민국 대표 전통 부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가 거주하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은 과거 1999년부터 캐나다 대사관저로 사용되던 유서 깊은 곳이다. 조 부회장은 2015년 10월 이 주택을 95억 원에 매입했다.
자택은 대지면적 1576㎡(약 477평), 연면적 996.45㎡(약 301평)에 달하며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를 자랑한다. 특이하게도 1층과 지하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되어 있으며, 조 부회장의 실제 생활 공간인 주택은 2층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대사관저로 쓰이던 시절의 공간 활용이 반영된 구조로 보인다.
주택 매입 당시 조 부회장의 주소지는 성북구 선잠로2나길에 있는 효성빌라의 한 호실이었다. 이곳은 조 부회장의 어머니 송광자 씨가 소유했던 호실로, 송 씨는 2010년 주식회사 효성으로부터 11억6000만 원에 해당 빌라를 구입했다가, 11년 뒤인 2021년 효성중공업에 15억9000만 원을 받고 매각했다. 오너 일가가 회사 자산인 빌라를 개인적으로 매입했다가 다시 계열사에 넘기는 과정 역시 조 부회장의 현재 ASC 논란과 궤를 같이하는 ‘내부 거래’의 일면을 보여준다.
조 부회장의 자택이 위치한 성북동은 마을 전체가 동남향이라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잘 갖춰져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일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생활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곳이다. 인근에 혜화초, 성북초를 비롯해 경신중·고, 서울과학고 등 명문 학군이 포진해 있으며, 서울대병원과 고려대병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이 인접해 있다.
현재 성북동 부촌 일대의 대지 시세는 3.3㎡(1평)당 2500만~2700만 원 선에 형성되어 있다. 이를 조 부회장의 자택 부지 면적에 대입해 보면, 현재 시세는 매입가인 95억 원을 가볍게 뛰어넘어 최소 120억 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성북동과 같은 전통 부촌의 단독주택은 입지적 희소성과 사회적 상징성이 결합된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가치의 보존력과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향후에도 가격은 안정적인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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